“조현병 환자 사건 터질 때마다 싸잡아 매도” 두번 우는 정신장애인

“조현병 환자 사건 터질 때마다 싸잡아 매도” 두번 우는 정신장애인

이근아 기자
입력 2019-02-27 17:13
업데이트 2019-02-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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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정신장애인 39.7% ‘지역 사회서 존중 못 받아’
10명 중 4명 ‘언어·정서적 학대 경험’…성희롱·성폭력 경험도
정신건강의학과(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정신건강의학과(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사건이 날 때마다 ‘조현병’이라고 매도해 친구들도 멀리하고, 사회에서도 매장당해요.”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을 앓는 A씨는 ‘조현병 포비아’(조현병 공포증)로 상징되는 편견과 차별에 속상함을 토로했다.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할 정도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기 어려웠다. 유일한 버팀목인 가족들도 지쳐갔다. 정신장애인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복지 서비스 탓에 자신을 떠안아야 하는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던 A씨는 결국 병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등록 정신장애인 375명과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정신장애인의 39.7%는 지역사회에서 ‘거의 또는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고 했다. 폭력 경험 비율도 높았다. 언어 및 정서적 학대가 115명(39.1%)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폭력(16.8%), 신체적 폭력(15.0%), 성희롱·성폭력(10.2%)이 그 뒤를 이었다. 48.9%는 장애회복 및 지역사회생활을 방해한 사람으로 이웃을 꼽았다.

정신장애인들은 편견이 실질적 제약으로 돌아올까 두려워했다. 황모(28)씨는 “뉴스에서 조현병이 안 좋은 사건으로 오르내릴 때마다 ‘조현병 환자들은 격리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장애사실이 알려지면 구직과 직장생활은 불가능해졌다. 한 응답자는 “큰 아이가 보건소에서 일하다가 정신장애가 있다는 얘기가 돌자마자 동료들이 윗선에 보고해 일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들은 재활해 밖에 나가서 사는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는 윤모(71)씨의 증언처럼 이들은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다.

사회 대신 이들을 떠안게 된 가족들은 ‘번아웃’을 호소했다. 한 응답자는 “정신장애인들의 가족 중 70~80% 역시 환자일 것”이라며 “애가 좋아지면 나도 좋고, 아프면 같이 아프다. 엄마인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결국 정신장애인들은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다. 응답자 중 85.5%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고 이중 입원 기간이 1년을 넘는 비율이 52.2%라는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5년이 넘는 사람도 16.6%나 됐다.

김민 한국정신장애연대 정책자문위원은 “정신장애인 대부분은 약 복용만으로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복지 서비스와 인프라 마련으로 이들을 병원이 아닌 사회로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위 관계자 역시 “현행법상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제한적”이라면서 “심리치료 등을 받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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