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위협당하고, 무한 경쟁 내몰리고…의사들도 힘들다

환자에 위협당하고, 무한 경쟁 내몰리고…의사들도 힘들다

입력 2016-12-18 15:44
업데이트 2016-12-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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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중 무방비로 위험 노출…의료 인력 과다 배출, 환자 쏠림 현상

한때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보장된 직업으로 여겨진 의사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환자에게 위협받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데다 무한 경쟁에 내몰리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8일 광주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1시간 동안 의료기기를 부수고 의료진을 위협한 조직폭력배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습관성 어깨 탈골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진으로부터 “다른 응급환자가 있으니 차례를 기다려달라”고 거부당하자 행패를 부렸다.

앞서 지난 8월 광주의 한 치과에서는 30대 여의사가 설모(41)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수년간 이 병원에 다니던 설씨는 치료에 항의하며 병원 측과 마찰을 빚다가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 의사는 사건 직후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재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8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자신을 진료한 의사를 살해하려다 이를 제지당하자 흉기를 휘둘러 의사와 환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7)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씨는 한 달간 무좀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악화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5월 ‘진료 중인 의료인과 의료종사자,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에게 폭행이나 협박이 발생하면 5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진료에 집중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없고, 앙심을 품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이 법률만으로 의료인을 보호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인턴·전공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의료진 96.5%가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폭력, 폭언,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의료 인력 배출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광주의 의사 수는 2013년 3천74명, 2014년 3천146명, 2015년 3천261명, 올해 3천3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병원 수는 현재 77개이며, 인구 100만명 대비 52.4개로 전국 평균 29.9개보다 높다.

한방병원은 92개, 인구 100만명 대비 62.6개로 전국 평균 5.6개보다 월등히 많다.

광주시의사회 유병전 공보이사는 18일 “아직도 진료 현장에서는 흉기 난동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건 발생 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의사가 매년 수천명 배출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서울 유명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도 심각해 지방 병원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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