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연주한 파주 미군클럽 ‘라스트 찬스’ 복원

가왕 조용필 연주한 파주 미군클럽 ‘라스트 찬스’ 복원

입력 2016-12-06 13:47
업데이트 2016-12-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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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작가 윤상규씨 부부 1년간 복원, 문화공간 탈바꿈

“첫눈에 보고 보존가치가 상당히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40년간 방치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의 한 미군 클럽을 복원해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문화공간으로 제공하는 부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설치미술작가 겸 사진작가 윤상규(58) 씨, 서양화가 김효순(54) 씨 부부.

서울서 생활하던 윤씨 부부는 2013년 가을 경기도 파주시 화석정으로 드라이브를 왔다가 인근 파평면 장파리 마을을 둘러보다 미군 클럽으로 운영됐던 ‘라스트 찬스’를 발견했다.

건물 주변으로 텃밭과 마당이 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ㄷ’자 모양의 벽면에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와 헤라클레스 등이 부조로 장식돼 있었다.

클럽이 운영되던 1960년대 당시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실내장식을 윤씨 부부는 처음 마주한 것이다.

1960∼1970년대 파평면 장파리 임진강 건너에는 미 육군 보병 제2사단 28연대 1대대가 주둔했다.

리비교를 건너 휴가나 외출을 나오고 복귀하는 미군들로 인해 장파리에는 당시 메트로홀과 럭키바, 나이트클럽, DMZ홀, 라스트찬스, 블루문홀, 엔젤 등 7곳의 미군 클럽이 성황을 이뤘다.

1968년 서울 경동고 졸업과 함께 가수 조용필은 장파리로 가출해 미군 클럽에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주로 흑인 전용 클럽 블루문홀과 백인 클럽 라스트찬스에서 연주했다고 알려졌다.

이 밖에 김태화, 윤항기, 윤복희, 패티 김, 하춘화, 트위스트 김 등이 이 지역 미군 클럽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1973년 파주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떠나면서 미군 클럽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라스트찬스도 문을 닫고 이후 건물은 여러 사람이 창고 등으로 임대해 사용됐으며 사실상 방치됐다.

윤씨가 이 건물을 계약할 당시에도 시래기 건조작업장으로 사용됐었고, 시래기를 건조하기 위해 벽면에 못질을 해 놔 훼손이 심했다.

천장과 바닥도 일부 무너져 내려 거의 다 쓰러진 폐가나 다름없었다.

건물 내부를 살펴본 윤 씨 부부는 “방치된 이곳을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면 근대문화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건물주와 임대 계약을 했다.

2013년 12월부터 1억원의 비용을 들여 부부가 1년을 꼬박 작업해 40년 전의 미군이 이용했던 클럽으로 복원했다.

윤씨는 당시 미군과 우리 가수들이 곡을 연주하던 무대도 설치하고, 1960년대 가장 인기 있었던, 드럼과 기타, 진공관 앰프 등을 갖춰놨다.

못질로 벽면 곳곳에 구멍이 파인 곳도 원형에 가깝게 복원을 마치고 2014년 12월 공사를 마쳤다.

라스트찬스가 복원됐다는 소식에 지난해와 올해 신촌 블루스 엄인호 씨가 이곳을 찾아 공연했고, 김태화, 장재남, 장남수, 박강수 등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또 서울의 인디밴드들이 이곳을 찾아 연습 겸 작은 공연을 수시로 펼치기도 한다.

윤씨는 “앞으로 음악이나 그림, 시 등 모든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장소 제공을 할 방침”이라며 “이곳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가치가 충분하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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