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촛불 광장 채운 애국심 눈물이 되어 흐릅니다

[현장 블로그] 촛불 광장 채운 애국심 눈물이 되어 흐릅니다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12-05 22:48
업데이트 2016-12-0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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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을 간혹 봅니다. 애국가를 함께 부를 때, 자유발언대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칠 때 주위를 둘러보면 누군가가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이심전심’ 곳곳서 울컥

취재 중에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의 눈물에 대해 ‘잊고 있었던 애국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꼼수 담화에 실망해도, 탄핵을 앞두고 정치 셈법을 따지는 정치권이 답답해도, 촛불집회에 참여해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면서 치유받는다고 했습니다. 국경일 태극기 달기 운동에 참여할 땐 생기지 않던 애국심이 정작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는 저절로 느껴지더라는 겁니다.

매주 집회에 참여했다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어린 학생들이 똑 부러지게 자기 의견을 말할 때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20대 여성 한수빈씨도 “솔직히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졌다”며 “왜 이 많은 사람이 주말에 여기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나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불의를 바로잡으려 한자리에 모인 국민들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은 민주주의를 가르치려 했는데 아이가 애국심을 덤으로 배웠다고 했죠.

●민주주의 현장서 애국심 교육은 ‘덤’

영국 런던에 사는 20대 유학생 최모씨는 “현지인 친구들이 처음에는 ‘너도 최순실과 성이 같은데 무슨 관계냐’며 놀렸는데 최근에는 평화집회에 대해 놀라워해 뿌듯하다”고 전했습니다.

기존의 애국심이 주로 스포츠 스타의 업적을 대중이 동일시하며 느끼는 간접 경험이었다면, 촛불집회는 직접 경험이라는 면에서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과도한 애국심을 의미하는 ‘국뽕’을 촛불집회에서 경험했다는 말이 유행인데요. 본래 극단적인 국가 미화를 비판하던 속어였지만 촛불 세대를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이들이 경험한 ‘국뽕’은 이념과 계층을 불문하고 역사의 기로에서 나라를 위한 길을 택했다는 자긍심일 겁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12-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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