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다’하면 천문학적 피해…서문시장 화재에 약한 이유

‘불났다’하면 천문학적 피해…서문시장 화재에 약한 이유

입력 2016-12-02 11:17
수정 2016-12-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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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상가에 벌집 같은 점포, 소방시설 허술, 소방차 진입 어려움1922년 문 연 뒤 큰불만 10차례…10년에 한 번꼴

지난달 30일 오전 2시께 발생한 큰불로 대구 서문시장 4지구 건물이 전소해 의류, 침구류 등을 취급하는 670여개 점포가 잿더미가 됐다.

점포마다 수 천만원, 많게는 억대 물품을 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재산피해는 500억∼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상인들은 보고 있다.

서문시장 대형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강점기인 1922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대형화재만 10차례에 이른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에 큰불이 났다는 기록이 있고 1960년대에 절정에 달했다.

1960년과 1961년, 1967년 등 10년 새 3번이나 큰불이 났다.

1970년대 들어서도 1975년 11월에 시장 건물이 전소하는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다행히 손에 꼽을 만한 대형화재는 없었다. 그러나 2005년 12월 29일 시장 내 6개 지구 가운데 가장 큰 2지구에서 불이 나 건물이 전소했다.

그 뒤 11년 만인 지난달 30일 다시 큰불이 나는 등 평균 10년에 한 번꼴로 대형화재가 발생하는 형국이다.

많은 상인은 언제 또 큰불이 나는 건 아닐까 하며 불안한 마음을 호소할 정도다.

이처럼 서문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빈발하는 이유는 뭘까?

다른 재래시장도 비슷하나 서문시장은 특히나 많은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소방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문시장은 건물 총면적이 6만4천902㎡이다.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돼 있다.

점포 수만 4천개가 넘고 상인 수는 2만명을 웃돈다.

점포가 벌집처럼 붙어 있으나 불이 났을 때 옆 가게로 번지는 것을 막을 방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일부 있다고 해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안전처가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4지구를 점검했을 때도 이 같은 점을 무더기로 지적했다.

당시 안전처는 소방분야 점검에서 스프링클러 시험밸브 미설치, 소화전 위치표시 불명확, 소화기 개별 업소 보유 필요 등을 지적했다.

대구시는 부랴부랴 시정에 나섰으나 소화기를 개별 업소에 비치하는 것은 공간 부족으로 결국 포기했다.

전기분야 또한 220V 누전차단기 교체 필요, 4층 화장실 전선 피복 손상, 복도 공용 분전반 잠금장치 고장 등 허점투성이였다.

서문시장 주거래 품목이 섬유 관련 제품이라는 점도 대형화재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상인 70% 이상이 원단, 의류, 이불, 커튼, 가방 등을 판매한다.

불이 쉽게 붙는 제품이라 초동 진화에 실패하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불이 크게 번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상품 진열을 위해 설치한 좌판, 노점상 등도 화재 시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겨울철에는 점포마다 전열 기구 사용이 늘어 언제든지 과열이나 전기합선으로 불이 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시장상인연합회가 자체로 경비원을 고용해 시장 전체를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소방당국이 틈나는 대로 화재 예방에 나서고 있으나 대형화재를 막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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