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풍자 걸게그림 안돼”…김종 전 차관 예술계까지 ‘입김’

“대통령 풍자 걸게그림 안돼”…김종 전 차관 예술계까지 ‘입김’

입력 2016-11-14 15:35
업데이트 2016-11-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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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오월’ 전시파행에 ‘개입’…광주시 전시 불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받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전시를 막는 등 문화예술계까지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육분야를 총괄하는 2차관이 국제 문화예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될 작품에 대해 ‘전시하지 말것’을 종용한 것은 사실상 직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는 2014년 9월 열린 광주비엔날레에서 홍성담 작가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그린 ‘세월오월’ 전시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당시 김종 제2차관의 전화가 있었다고 14일 밝혔다.

그는 “역사를 꿰뚫어 보는 홍 작가와 작업정신을 존경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을 당당히 내걸지 못하고 현안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부끄럽다”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광주시는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달콤한 이슬-1980 그후’를 기획하며 민중화가 홍성담 씨를 참여작가로 선정하고 5천만원을 제작비로 지원했다.

홍 씨를 비롯한 작가 60여명은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로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대인시장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좌측에는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허수아비 모습의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는 모습을 그려 논란이 일었다.

광주시는 홍 씨에게 ‘전시기획과 다르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홍씨가 박 대통령 모습 대신 닭을 그려 수정했지만 광주시는 전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전시 파행에 책임을 지고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사퇴하는데 이르렀다.

김 전 차관의 압력으로 결국 전시는 파행을 거듭했지만,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에 공문을 보내 ‘특별전 작품 중 걸개그림의 일부 내용이 귀 재단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의 목표와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출연금의 일부 반환을 명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또 지난해 8월 광주시는 감사를 통해 ‘세월오월’ 전시 파행의 책임을 물어 광주비엔날레를 ‘기관 경고’했다.

‘사전 검열로 예술가의 표현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만 책임을 물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월오월’ 전시 파행과 관련, 당시 광주시의 행보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윤 시장의 지론과도 배치돼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등 의혹이 제기됐었다.

홍성담씨는 “가슴이 아프다. 아직도 광주 시장은 3분의 1밖에 안 밝혔는데, 공안 당국인 국정원이 이 문제에 개입했는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며 “광주시민이 낸 세금 5천만원으로 그린 그림인 만큼 광주시장은 시민 앞에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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