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최전방’ 경복궁역 삼거리 밝힌 평화시위
도도한 민심이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부터 13일 오전 1시까지 5시간 30분 동안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삼거리에 서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의 최전선이었던 그곳에서 시민과 경찰의 대치를 똑똑히 봤습니다.선두를 향해 시민들이 계속 몰려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송곳 하나 세울 틈’이 없었습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일촉즉발, 둑을 터뜨리고 청와대로 밀고 들어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평화시위’라는 기치 아래 모인 시민 대부분은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대다수 “차벽 내려와” “방패 돌려줘”
작은 물리적 충돌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선두에 있던 대학생들이 경찰의 방패나 헬멧을 뺏으려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몇몇 시민은 최종 저지선의 장벽을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끝까지 버틴 시민 23명은 도로점거, 경찰관 폭행 혐의로 연행됐습니다.
하지만 기조는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과격한 행동을 하는 또 다른 시민들을 향해 “(방패) 뺏지 마”, “비폭력”, “(차벽에서) 내려와”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경찰에게 빼앗은 방패를 돌려주는 진풍경도 여러 차례 벌어졌습니다.
●경찰도 마지막까지 유연한 대응
몇몇 시민은 ‘물러나라’는 구호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싸우겠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힘 빠지게 하지 말라”며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평화시위를 하자고 모였으니 약속을 지키자. 폭력시위로 번지면 집회의 의미가 사라진다. 보수 세력에게 공격할 빌미도 제공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시민뿐 아니라 이날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한 경찰도 “수고했다”고 다독이고 싶습니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 시간인 12일 오후 11시 55분을 훌쩍 넘긴 13일 오전 2시 30분 해산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13일 오전 2시 집에 돌아가던 길에 들은 한 시민의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울립니다.
“시민이고 경찰이고 대통령 잘못 뽑아서 휴일에 이게 다 무슨 고생이야. 이 버스에 탄 여러분은 다 애국자입니다. 민주투사입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11-14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