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수장’ 40대 가족 왜 6개월간 실종신고 미뤘나

‘저수지 수장’ 40대 가족 왜 6개월간 실종신고 미뤘나

입력 2016-08-19 15:52
업데이트 2016-08-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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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 탓인듯…경찰, ‘범죄’ 연관성 배제 안해

지난 14일 경남 거창의 한 저수지에서 심하게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된 A(47)씨 가족들은 왜 6개월 동안이나 남편, 아버지 실종 신고를 미뤘을까.

A씨 가족이 A씨가 실종됐다고 신고 한 건 지난달 26일이다.

A씨 큰 딸은 그 전날인 25일 “기다릴 만큼 기다렸지, 이제는 신고할 때도 됐지”라는 엄마(46)와 함께 아빠 실종 신고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일 오후 3시께 잠깐 들른 합천호에서 엄마가 화장실을 간다며 차에서 내린 뒤 돌아오지 않자 그날 오후 6시께 엄마 실종 신고만 먼저 했다.

그러고 다음날인 26일 아빠에 대한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큰 딸은 경찰에 아버지가 설 전에 사라졌고, 어머니가 신고를 미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씨 행적을 추적, A씨가 사실상 설 일주일 전인 지난 2월 1일 저녁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점을 감안하면 거의 6개월이 지나서야 신고를 한 것이다.

다른 가족들 역시 A씨가 원래 가출이 잦았다며 마지막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아내는 실종 신고 이틀 만인 27일 합천호에서 돌을 넣은 배낭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에서는 A씨 아내 죽음 이후 A씨 실종이 범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A씨 아내가 숨지기 전 한 달가량 작성한 33페이지 분량의 노트를 발견하고 A씨 부부간 갈등을 실종 신고 지연 이유로 보고 있다.

유서 성격의 노트에는 가부장적인 성향인 A씨 때문에 아내가 느낀 인간적 모멸감, 경제적 어려움, 자녀에 대한 걱정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점이 A씨 죽음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A씨 아내의 생전 행적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는 A씨 시신이 발견된 저수지 근처 농장을 지난 4월께 팔아넘긴 데 이어 지난 6·7월 무렵에는 이사를 했다.

A씨 아내가 올해 초 2∼3일 간격으로 농장을 방문할 때 이용하던 차는 앞서 교통사고로 폐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아내의 죽음이 A씨 죽음과 연관성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A씨 아내가 소유했던 농장 근처 저수지에서 조수방지용 그물에 싸여 보도블록 2개를 매단 채 발견됐다. 비교적 두툼한 겨울 등산 셔츠와 바지를 입은 채였다.

경찰은 A씨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해당 농장 근처 저수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양수기 등을 동원해 물을 퍼낸 뒤 A씨 시신을 발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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