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없고 온도 90도까지 상승…폭염속 車에서 잠들면 ‘죽음’

산소 없고 온도 90도까지 상승…폭염속 車에서 잠들면 ‘죽음’

입력 2016-08-19 14:02
업데이트 2016-08-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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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고 잠자던 30대 사망…질식사·저체온증 추정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작은 부주의로 인한 차량 내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여름철 밀폐된 차량에서 무심코 벌인 행동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상당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8일 오후 2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38)씨는 야간 배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A씨는 몰려오는 피로에 이내 몸을 뉘었지만, 에어컨이 없는 방 안은 말 그대로 찜통 속 같았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 차에 오른 A씨는 시동을 켜고 문을 안에서 잠갔다. 그리고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곧 잠이 들었다.

그로부터 5시간여 뒤 A씨는 싸늘한 주검이 된 채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밀폐된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자다가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했을 가능에 무게를 두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차 안에서 장시간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자는 경우 산소 부족이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라면 감각이 무뎌져 더욱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 잠을 자야 한다면 에어컨 온도는 최대한 낮추거나 끄고, 창문을 반 정도 열어 자연 바람을 맞으며 자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에어컨 가동 여부와 관계없이 여름철 차 안에 장시간 있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지난달 27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사하구에서는 술에 취해 주차된 차 안에서 잠이 든 B(5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차량은 시동이 꺼진 채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당시 부산은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였고, 밀폐된 B씨의 차량 내부 온도는 60∼70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검안 결과 B씨의 장기 온도는 44도를 기록했다. 결국 그의 사인은 열사병으로 결론 났다.

지난달 29일 광주 광산구에서는 모 유치원 25인승 통학버스에 타고 있던 C(4)군이 인솔교사 등의 부주의로 8시간가량 차 안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염 속 밀폐된 차 안에 장기간 방치된 C군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량을 외부에 주차해뒀을 때 바깥 기온이 20도 정도로 그리 높지 않더라도 태양의 복사열에 노출된 차량 안의 온도는 40도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돈다면 고온의 직사광선까지 더해져 차량 내부 온도는 최고 90도까지 치솟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름철 밀폐된 차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온도가 오른 차 안에 장시간 있게 되면 몸이 체온조절 능력을 잃어 열사병에 이르고, 심한 경우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급격한 온도 변화에 따른 압력 차이로 호흡에 문제가 생겨 질식사할 수도 있다.

이런 압력 차가 야기하는 충격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8일 낮 12시 10분께 충북 진천군청 주차장에서는 폭염으로 차량 내부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팽창한 압력을 견디지 못한 한 SUV 차량의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는 일도 있었다.

동아대학교병원 한성호 가정의학과 교수는 “개인차가 있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도 온도가 오른 차 안에서는 10분을 버티기 힘들다”며 “특히 음주 후에는 몸이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을 못 해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름철에는 주차 중인 차 안을 피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며 “온열 증상이 있을 때는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등 체온을 빨리 떨어뜨리고, 다리를 머리보다 높은 곳에 둬 혈액 순환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소금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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