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아들, 건강해야돼’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인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경제연구원은 11일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서 상봉 예정자의 상당수가 80대 이상 초고령층에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정전 63주년인 올해 6월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 850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6만 7180명(51.3%)으로 6만 3670명인 생존자(48.7%) 수를 웃돌았다.
올해 2월 이산가족 사망자 비율이 50.4%를 찍으며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이래 4월 50.5%, 6월 51.3%를 기록하는 등 사망자 비율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런 상황은 80세 이상 초고령자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사망자는 80대가 45.5%로 가장 많고, 70대 27.0%, 90세 이상 19.7% 순이다.
상봉 대상자 가운데 초고령자로 분류되는 80대 이상은 60.4%다. 70대까지 포함한 고령층은 전체의 84.4%에 달한다. 상봉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산가족 생존자 비율은 2009년 약 67%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50.2%로 하락했다. 올해 말에는 46.2%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기준 50∼60대 기대여명이 평균 25년 3개월인 점에 비춰 25년 이내에 이산가족 생존자들 거의 모두가 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이산가족 생존자들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상봉 기회는 오히려 줄고 있다.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15년간 모두 20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모두 2만 3676명이 만났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해마다 2∼3차례 정도 남북 이산상봉이 진행됐으나 2009년 이래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그 횟수가 급감했다. 민간차원의 상봉도 2008년부터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2008∼2015년 이산가족 상봉률은 2.3%포인트 증가(18.4%→20.7%)하는 데 그쳤지만, 사망률은 같은 기간 30.6%에서 49.8%로 19.2%포인트 올라 사망률이 상봉률을 압도했다.
2004∼2015년 이산가족 연간 평균 사망자 수도 3800명으로, 같은 기간 상봉자 수(연간 약 1540명)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대여명을 고려할 때 현재의 모든 생존자가 생애 한 번이라도 상봉하기 위해서는 상봉 인원을 매년 72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는 10년간 매년 약 6800명 이상 상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