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남녀 살해 용의자 작년 강제 퇴원시키려 했는데

한센인 남녀 살해 용의자 작년 강제 퇴원시키려 했는데

입력 2016-08-10 15:49
업데이트 2016-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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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과 돈 문제로 잦은 마찰주민들 “퇴원했다면 비극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

“작년에 퇴원했더라면 이번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전남 고흥 소록도 한센인 마을의 한 주민은 10일 이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 오모(68)씨에 대해 지난해 말 강제 퇴원 조치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국립소록도병원생자치회와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1960년대 소록도병원에서 퇴원하고 전국의 한센인 정착촌을 떠돌았다.

오씨는 노년을 보내기 위해 2010년 다시 소록도를 찾았다.

한센인 마을은 소록도에 7곳이 있는데 한센인은 마을에 살면서 몸이 아프면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나아지면 마을로 돌아가는 식으로 생활한다.

소록도병원 입원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한센 병력과 본인 의사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는 자치회 조무원까지 맡으며 원생 복지를 위해 힘써야 했지만 오히려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다.

돈 문제로 원생들과 잦은 송사에 휘말렸고, 다른 원생의 지원금을 빼돌려 쓴 사실이 적발돼 조무원 일까지 그만둬야 했다.

마을에서 ‘불편한 존재’로 남게 된 그에 대해 지난해 말 자치회와 소록도병원에 의해 강제 퇴원 조치가 이뤄졌다.

사회적 편견에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한센인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센인 마을에서 강제 퇴원 조치는 아주 드문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오씨는 퇴원 조치가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두달간의 심의를 거쳐 권익위는 주민간 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씨가 퇴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 집행할 방법도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자치회도 상황이 이런데다 오씨가 다른 곳에서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퇴원 조치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결국 오랜 논란 끝에 오씨의 퇴원은 무산됐고 오씨는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됐다.

오씨는 마을에서 살면서 같은 한센인 최모(60·여)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최근 마을 주민 천모(65)씨와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9일 새벽 이들 남녀를 차례로 살해하고 자해하기에 이르렀다.

자치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가면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에 보듬어준 것인데 이런 사건을 일으켜 충격이 크다”며 “주민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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