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부족 병원도 책임” VS “책임전가” 소방헬기사고 ‘책임공방’

“산소부족 병원도 책임” VS “책임전가” 소방헬기사고 ‘책임공방’

입력 2016-07-19 10:29
업데이트 2016-07-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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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구조본부 “병원 측 입장 번복”…병원 측 “의료진 긴급상황서 최선의 판단”

소방헬기로 이송하려던 10세 여아가 중태에 빠진 사고와 관련해 이송을 맡았던 중앙119구조본부와 병원 측 간에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 7일 전북의 한 병원에서 서울로 헬기를 타고 이송되는 과정에서 헬기 의료키트의 산소 공급기 고장으로 5∼10분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며칠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중앙구조본부와 병원 측은 이 사고의 책임을 두고 서로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구조본부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계 고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헬기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산소가 소진된 상태였다”며 “병원 측도 이번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과 보호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산소가 떨어져 의료진 한 명과 환자의 아버지가 산소통을 가지러 갔다”며 “산소가 충분했다는 병원 측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구조본부의 주장은 ‘근본적인 잘못’을 병원에 떠넘기려는 허황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에 이동식 산소통을 준비해 약속된 시간에 맞춰 헬기장에서 대기했고, 산소량도 헬기이송 하는데 충분하게 준비했다”며 “산소통을 추가로 가져오도록 한 것은 헬기 산소 공급기를 연결하면서 시간이 지체돼 환자 상태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준비해간 산소가 거의 소진돼 가는 상태였기는 했지만, 헬기에 있는 산소 공급기가 제대로 작동만 됐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헬기장에서 50여m 떨어진 응급실로 돌아가는 것보다 헬기에 있는 산소 공급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진이 판단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구조본부는 병원 측의 해명에 산소량 등에 대해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본부는 지난 12일 피해자 어머니가 전북도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다음날 진상파악을 위해 감찰팀을 병원에 보내 당시 현장에 의료진을 면담했다.

구조본부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의사 3명 중 2명을 면담했다. 당시에는 분명히 ‘환자를 이송한 들것에 부착된 산소통의 산소가 이미 소진한 상태’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이제 와서 충분한 산소를 준비했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구조본부와 병원 양측이 서로 사고 책임을 미루는 사이 피해자와 가족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환자의 어머니 A씨는 “아이는 이미 죽을 고비를 넘기고 중환자실에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구조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도 요청하고, 병원 의료기록도 확보하고 나름대로 노력해 보고 있지만, 피해자인 우리가 이런 것까지 입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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