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교육행정 알린다면서…교육감 강연료 70만원 논란

근무시간에 교육행정 알린다면서…교육감 강연료 70만원 논란

입력 2016-07-15 09:59
업데이트 2016-07-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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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부 강연료 받거나 안받거나, 교육감마다 제각각교육단체들 “당연한 의무이자 본질, 개선책 마련 필요”

전국 시·도교육감이 학부모, 교직원, 외부 단체·기업을 상대로 강연하고 돈을 받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선 교육청의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내·외부 강연 모두 대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지역의 교육 수장이 근무시간에 교육정책을 알려주는 게 따로 돈 받을 일이냐”는 비판도 거세다.

선거로 뽑히는 시·도교육감 중 상당수는 이런 주민 정서를 의식해 시간당 20만∼40만원의 강연료를 뿌리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특수관계’라도 받을 수 있어” VS “일절 안 받는 게 원칙”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올해 3월 인천의 학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강연료를 받았다. 이 교육감 측이 공개한 강연료는 시간당 34만원씩 총 68만원이다.

지역 학부모단체는 “학원 설립·운영을 감독하는 교육감이 피감대상에게 돈을 받은 게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육감은 5월에도 인천교육청 금고은행인 농협의 직원들에게 2시간 강연하고 54만원을 받았다. 농협은 다른 은행을 경쟁에서 물리치고 연간 3조원 규모의 인천교육예산을 관리하게 된 교육청 금고은행이다.

인천교육청은 이런 ‘특수관계’에서 받은 교육감 강연료가 논란이 되자 “공무원에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강의·강연 대가 기준 내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며 공무원 행동강령을 내세웠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5월 아주대의 요청으로 2시간 특강을 하고 강연료 50만원을 받았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 교육감에게는 통일과 한반도를 주제로 한 외부 강연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광주대와 부산 해양대 등에서 6차례 외부 강연하고 평균 30만원씩을 받았다.

다른 교육감들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교육청에 비슷한 강령·기준이 있지만 강연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취임 이후 지역 상공회의소, 관광협회, 농협 등에서 초청 받아 강연했지만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도 올해 노인대학 수강생들에게 무료로 강연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육감은 외부 특강을 하더라도 강연료는 일절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 ‘받고 안 받고는 내 마음’…강연료 수수 제각각

교육감이 학부모와 교직원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돈을 받는 것에 대한 논란은 더 뜨겁다.

교육감에 따라 내부 강연료 수수를 당연시하는 경우와 ‘외부는 받아도 내부는 안 받는다’는 소신을 지키는 경우 등이 뒤죽박죽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8차례 내·외부 강연에서 한번도 강연료를 받지 않았다.

경남도교육청은 “박 교육감이 자신의 교육철학과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례금을 받는 게 맞지 않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교육청 산하기관이나 학부모단체를 상대로 강연하고 대가를 받지 않는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산하기관과 내부 강연은 강연료를 받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편성 기준’에 따라 강연료가 이미 편성된 공무원 상대 특강은 강연료를 받는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은 2014년 7월 취임 이후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 교원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내부 강연을 하고 교육예산 편성 기준에 따라 총 18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다.

교육감들의 강연료 수수 여부가 제도와 규정이 아닌 본인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

◇ “국회의원 의정활동 설명회도 돈 받나”…개선 촉구

내·외부 강연을 막론하고 교육감들의 강연료 수수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류충성 광주교총 회장은 15일 “교육감이 교사,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정책과 소신을 피력하는 것은 중요한 의무이자 본질”이라며 “강연 주최측과 ‘갑을관계’가 아니더라도 강연료는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애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공무원이 업무시간에 업무 관련 강연을 하고 돈을 받는 건 이중 수수로 봐야 한다”면서 “전문강사가 아닌 공무원이 자기 업무를 하면서 추가로 많은 돈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임아연 충주학부모연합회 회장은 “교육감이 피감대상에게서 강연료를 받는 것은 직무상 부적절하고 학부모들을 화 나게 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교육감의 강연료 수수 논란은 이전에도 제기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혼란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2013년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각급 학교와 산하기관에서 70차례 강연하고 총 2천100만원을 받아 논란이 일자 당시 안전행정부는 “기관장(교육감 포함)의 경우 기관의 범위(본청·사업소·주민센터)에 상관 없이 강사료 지급이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교육부도 같은 해 인천시교육청 감사에서 교육감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8차례 강연하고 241만원을 수령한 것과 관련 지방교육자치법상 ’교육감은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교육을 실시할 경우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강연료를 회수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강연료 수수를 교육감 개인의 소신과 선택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규태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구 정책설명회에서 주민에게 따로 돈을 받지 않는 것처럼 지역의 교육시책을 수립해 주민에 알리고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감이 강연료를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육감이 다른 지역에서 초청 받아 강연하거나 학원연합회처럼 직접 이해관계에 있어 강연료 수수가 부적절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면서 명확한 기준 마련과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교육부에 교육감이 ’직장으로 찾아가는 학부모교육‘ 등에 강연료를 받는 게 적절한지 정식 질의한 상태여서 정부가 명쾌한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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