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울산·무안 등 11개 공항 ‘만성적자’

양양·울산·무안 등 11개 공항 ‘만성적자’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입력 2016-06-22 22:50
업데이트 2016-06-2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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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없어 우는 지방공항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지어진 전국의 지방공항들이 KTX 개통 등으로 이용객이 급감하며 개장과 동시에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치단체장 치적 쌓기용으로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혈세만 낭비할 것이라는 따끔한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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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김포, 제주, 김해 3개 공항을 제외한 울산, 양양, 무안 등 11개 공항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11개 공항의 연도별 적자는 2011년 560억원, 2012년 597억원, 2013년 620억원, 2014년 594억원, 2015년 618억원 등이며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는 2989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된다. 공항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만 적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3500억원의 건설비로 2002년 4월 개장한 강원 양양국제공항은 김해·제주 국내선과 중국·러시아를 잇는 부정기 국제선 취항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매년 70억~80억원의 적자가 쌓인다. 강원도가 지난해에만 29억원의 운항장려금을 투입했지만 효과가 없다. 3000억원을 들인 전남 무안국제공항(2007년)은 매년 적자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약 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요예측에서 무안은 878만명, 양양은 166만명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이용객은 10만~30만명에 불과하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고속도로와 KTX 등 육상 교통망이 확충된 탓이다.

울산공항은 1997년 이용객 수가 169만명 이상이었지만 2010년 KTX 울산역이 개통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공항 이용객은 2010년 98만여명에서 반 토막 가까이 됐고 2012년 52만명, 2014년 46만명으로 감소했다. 덕분에 적자는 2011년 76억원에서 2015년 115억원으로 늘었다. 울산시는 상반기 ‘울산공항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 조례’를 제정해 항공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혈세로 항공기 운항에 따른 손실금과 공항시설 사용료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남이 무안국제공항에 2008년부터 매년 1억~3억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모방한 것이다.

129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활주로 등 포장공사를 마치고 2년 만에 재개장한 경북 포항공항도 여전히 적자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포항~김포 구간에 하루 두 차례 여객기를 투입했지만 탑승률이 40%에도 못 미친다. 포항시가 항공사에 4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4~5개월이면 바닥난다.

대구국제공항은 2013년 37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2015년 적자가 6억원으로 줄었다. 일본과 중국 등 국제선 확대로 이용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2009년 10%에 불과했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이 22.7%로 높아졌다. 지난 16일 현재 이용객은 10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 7585명 증가했다.

만성 적자에서 올해 유일하게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곳이 청주공항이다. 2012년 5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청주공항은 지난해 적자 폭을 줄여 9억 600만원 적자에 그쳤다. 올 5월 말 현재 6억 7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중국 관광객들의 공항 이용이 늘고 세종시 등 공항 배후지의 인구 증가, 지자체 지원 등의 영향 덕분이다.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됐지만 지방정부들은 지방공항의 만성 적자에도 불구하고 제주2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서산국제공항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정부는 공항 활성화를 위해 항공 노선 유치에 열을 올리기보다 외국 관광객이 최소 1박을 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16-06-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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