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양귀비’ 꽃길 황당한 안동시…경찰 불입건 봐주기 논란

‘마약 양귀비’ 꽃길 황당한 안동시…경찰 불입건 봐주기 논란

입력 2016-06-22 17:06
업데이트 2016-06-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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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의성 없어”…시골 어르신 한포기만 심어도 처벌 ‘이중 잣대’

경찰이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로 꽃길을 조성한 경북 안동시를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양귀비로 꽃길을 만들게 된 안동시 측의 경위 설명만 듣고 조사를 마무리해 ‘봐주기 수사’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법은 50포기 이상의 양귀비를 재배하면 형사 입건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안동경찰서는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서 꽃양귀비(관상용 양귀비) 씨앗에 양귀비 씨앗이 섞이게 된 경위를 듣고 범죄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입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관상용 양귀비와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 씨앗이 섞이는 데서 비롯됐다. 안동농업기술센터를 찾은 한 방문객이 센터 기간제 근로자(60)에게 “꽃양귀비 씨앗이다”며 씨앗을 전달했고 이 근로자는 그 말을 믿고 씨앗을 꽃양귀비 씨앗과 함께 보관했다.

이후 농업기술센터는 올해 봄 사용을 위해 지난해 말 양귀비 종자가 섞여 있는 꽃양귀비 씨앗을 파종했다. 이렇게 함께 싹이 튼 꽃양귀비와 양귀비는 그대로 안동 낙동강변도로에 옮겨 심어졌다.

방문객에게서 씨앗을 전달받은 농업기술센터 기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누군가에게서 씨앗을 받기는 했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농업기술센터 다른 직원들도 경찰에서 같은 맥락으로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양귀비가 도심 도로변에 심어지게 된 과정의 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곽병우 안동경찰서장은 “조사결과 안동시가 업무착오로 양귀비 씨앗을 확인하지 않고 파종한 잘못이 있었던 것은 확인했지만, 파종하는 과정에 고의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범죄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검찰과 협의해 별도 입건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맨 처음 농업기술센터에 양귀비 씨앗을 전달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신원을 확인해 양귀비 씨앗을 전달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해 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곽 서장은 “맨 처음 씨앗을 전달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씨앗이 양귀비 씨앗이라고 알고 있었던 이들이 확인되면 모두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서 수사 담당자는 “양귀비·대마 재배 등을 두고 전국 경찰이 단속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수천 포기가 될 수도 있는 양귀비 재배 사건을 봐줄 경찰은 없다”며 “입건하려고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안동시 공식행사를 앞두고 기관끼리 공문서를 주고받은 행정사항이어서 고의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반인의 양귀비 재배에 대해서는 그동안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평택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 15일 양귀비 134포기를 재배한 박모(61·여)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도 ‘배앓이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믿고 양귀비 91포기를 텃밭에서 키운 혐의로 박모(62)씨를 입건했다.

한 지역 주민은 “법을 제대로 모르는 시골 노인들은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입건되고 처벌받기도 하는데 행정기관이 양귀비를 무더기로 재배한 것을 넘어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과 별도로 안동시가 제대로 된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양귀비를 파종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양귀비 씨앗을 “꽃양귀비 씨앗이다”는 전달자의 말만 믿고 꽃양귀비와 함께 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꽃양귀비와 양귀비는 씨앗 단계에서는 구별하기 힘들지만, 어느 정도 생장하게 되면 모습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안동시는 경북 도민체육대회를 앞둔 지난 3월 3천800여 포기의 꽃양귀비와 양귀비 모종을 시내 중심의 강변도로에 심었다.

이후 꽃양귀비와 양귀비는 체육대회가 끝나고 지난달 중순 일부 꽃의 모양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 시민의 신고가 있을 때까지 2개월가량 도심에 방치됐다.

모종을 심는 과정에서는 구별이 힘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형에 차이가 생겼는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이 시민의 신고가 없었다면 안동 시내를 통과하는 낙동강변은 ‘마약 양귀비’가 만개한 이상한 곳이 될 뻔했다.

시민 김모(45)씨는 “강변도로에 심겨 있던 꽃양귀비와 양귀비 가운데 일부가 없어지기도 했다는데 누군가 그 꽃을 알고 가져갔을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수사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강변도로에 심은 꽃에 양귀비가 섞여 있다는 통보를 받고 양귀비와 꽃양귀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캐내 소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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