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엔 ‘워터파크 몰카’ 없나…“불안감 여전”

올여름엔 ‘워터파크 몰카’ 없나…“불안감 여전”

입력 2016-06-15 09:59
업데이트 2016-06-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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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여경·보안요원 집중 배치…경찰·리조트 대책 부심

지난해 8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워터파크 몰카’ 사건으로 여성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중이 이용하는 워터파크에서 일어난 일이라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퍼졌다.

당시 경찰은 워터파크나 해수욕장 등을 대상으로 잠복 여경을 투입하고, 샤워실이나 탈의실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홍보하는 등 대대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다시 여름 피서철이 돌아오면서 작년의 그 공포를 떠올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몰카, 그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워터파크 몰카 사건’ 그 후

지난해 8월 한 성인사이트에 9분 41초짜리 몰카 동영상이 유포됐다.

영상에서 장소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국내 한 워터파크 내 여자 샤워실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해당 워터파크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추적에 나서, 8일 만에 전남 모처에 은신하고 있던 촬영자 최모(27·여)씨를 검거했다.

수사결과 최씨는 강모(34)씨로부터 의뢰를 받아 200만원을 받고 6차례에 걸쳐 워터파크와 야외수영장 등의 샤워실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최씨는 휴대전화 케이스 측면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 케이스 몰카’를 사용했다.

수원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4년 6월을, 최씨에게 3년 6월을 각각 선고하고 이들에게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검찰과 피고인 쌍방이 항소해 진행된 항소심에서 법원은 1년씩을 감형해 강씨에게 징역 3년 6월, 최씨에게 2년 6월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는 강씨에게 현금 200만원 정도를 받고 6차례에 걸쳐 몰카를 촬영하긴 했으나 영상 속에 자신의 목소리와 모습이 촬영된 점을 고려하면 영상이 유포될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2012년부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씨에 대해서는 “세간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된 특정 워터파크에서 촬영된 몰카 영상을 피고인이 유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범행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적은 점, 유사 범죄의 양형 사례를 비교했을 때 원심 형이 다소 높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로 피고인들의 형은 확정됐다.

◇ ‘몰카 공포 떨쳐라’ 곳곳에서 대책마련 부심

경찰은 지난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성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워터파크에 잠복 여경을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몰카 피해 예방활동에 나섰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사건 이후 도내 대형 워터파크, 찜질방 등에 여경 770여명을 배치했다.

또 35차례에 걸쳐 몰카 예방 캠페인을 벌였고, 1만7천여장의 몰카 경고 스티커를 제작, 배부했다.

시설주나 보안요원 등과 함께 101차례 합동 점검에 나섰고, 보안요원 등 345명을 대상으로 138회에 걸친 교육도 진행했다.

이어 올해도 피서철이 돌아옴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서 워터파크 등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고, 여경 배치계획 등 성폭력 예방활동 계획 수립에 나선 상태다.

관할 구역에 비발디파크 오션월드가 있는 강원 홍천경찰서도 수시로 여경을 투입, 워터파크 내부를 순찰하고 몰카 의심사례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전북 유명 워터파크인 대명리조트 변산 아쿠아월드를 담당하는 부안경찰서도 이달 말부터 여름철 성범죄 예방을 위해 워터파크 순찰에 나선다.

경찰은 군청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이나 화장실 등에 카메라가 설치됐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워터파크 관계자들과 워터파크 내에 ‘몰래 카메라 촬영 금지’ 스티커를 부착한다.

충남 경찰도 리솜스파캐슬, 아산스파비스 등 대형 워터파크 등 14곳에 대해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워터파크 몰카 사건을 계기로, 휴대전화 케이스나 안경 등 카메라의 모습을 띠지 않은 몰카용 카메라의 생산과 유통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또 현행 법상 촬영된 영상을 별도의 저장장치로 전송하는 블루투스형 카메라는 당국에 인증을 받도록 돼 있는 것을 근거로, 미인증 불법 몰카의 밀수입 등에 대해 연중 단속하고 있다.

경찰뿐 아니라 워터파크 측도 몰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 여성 샤워실과 탈의실 등에 여직원 4명을 상시 배치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또 몰카 촬영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 30여개를 부착하고, 수시로 안내방송을 통해 몰카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충남 리솜스파캐슬은 사우나와 탈의실 등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직원이 관련 내용을 설명한 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리솜스파캐슬 측은 최근 여름철을 맞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을 교육했다.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 내 오션월드도 전문보안요원을 락카공간에 배치하고, 파우더룸·락카·사우나 내 셀프카메라 촬영 고객을 통제하는 한편, 휴대전화 및 카메라 방수팩을 목에 걸고 사우나에 입장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전북 대명리조트 변산 아쿠아월드는 설치가 가능한 곳에 폐쇄회로(CC)TV를 증설하는 등 몰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몰카 첨단화’, ‘인권침해 우려’로 예방도 한계

몰카 범죄는 계속 늘고 있지만 기술이 진화하면서 몰카가 소형화하는 탓에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터파크에서는 인권 문제 탓에 고객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열할 수 없고, 관련 법상 인증을 받았거나 촬영·저장장치 일체형 몰카는 현재로썬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한 워터파크 관계자는 “몰카 사건 이후 대책을 내놓은 건 사실이지만 입장하는 관광객을 전수조사 하듯 모두 살펴보는 건 불가능하다”며 “행동이나 복장이 의심 가는 관광객을 중심으로 대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조트 관계자는 “워터파크로 들어가는 관광객의 음식물 지참 여부를 조사할 때 살펴보는 게 전부라 구두로 몰카 피해에 유의해달라는 안내를 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도 “소형화되는 시계, 볼펜 등의 몰카에 빈틈없이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잠복 여경을 배치해도 현장을 잡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들이 의심쩍으면 적극적으로 신고해주는 방법 밖엔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해 대상인 여성들에게 예방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자세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은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몰카 범죄는 줄어들기가 어렵다”며 “최근 등장한 첨단장비는 몰카범죄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몰카 피해의 책임을 워터파크 등 이용자에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용자들은 일정 금액을 지불한 만큼 해당 시설에서는 사설 경비를 갖추는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워터파크 몰카 사건은 여성이 여성을 상대로 몰카를 촬영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여성 탈의실에 여성 안전요원을 배치한다고 해도 화장을 고치는 등의 이유로 휴대전화를 꺼내 든 여성을 제지할 수는 없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몰카 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도,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여성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말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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