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신미약·우발성 주장 모두 인정 안 돼”…징역 2년 6개월 선고
도박 빚에 쫓겨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가던 한 30대 남성이 우연히 만난 옛 직장 여성동료를 성폭행하려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회사원 이모(39)씨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날리고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직장도 그만두고 자살을 결심했다.
지난 1월 5일 오전 8시 30분께 충북 제천시 일원을 헤매던 이씨는 우연히 평소 흠모해오던 옛 직장 동료 A(35·여)씨를 만났다.
순간 그는 A씨를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차에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이씨의 시커먼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던 A씨는 의심 없이 그를 자신의 차에 오르게 했다.
이후 이씨는 “소변이 급하다”는 거짓말로 A씨로 하여금 으슥한 곳으로 차를 몰게 했다.
인적이 뜸한 곳에 도착하자 이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목숨을 끊기 위해 준비했던 사제 수갑은 성폭행 도구가 됐다.
그는 A씨를 제압하고 양손에 수갑을 채운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는 완강히 저항했지만, 남자의 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씨가 A씨를 완전히 제압했다 여기고 한눈을 판 순간 A씨는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씨는 A씨를 뒤쫓으려 했지만 A씨가 살려달라며 차량 통행이 잦은 자동차 전용도로로 도망치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A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생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씨는 A씨에 대한 범행을 전후해 길을 지나는 여성들을 상대로 자신의 성기를 꺼내 보이는 등 음란 행위를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이승한 부장판사)는 11일 이런 혐의(강간치상 등)로 구속 기소된 이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내용과 수법에 비춰보면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정황과 증거를 종합할 때 범행 일체가 모두 인정된다”며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