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도 ‘갑질계약’…고장수리 시간 비례해 용역비 깎아

부산지하철도 ‘갑질계약’…고장수리 시간 비례해 용역비 깎아

입력 2016-06-03 19:00
업데이트 2016-06-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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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은성PSD 1년간 계약…“‘구의역’ 사고 유발하는 계약”

부산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용역업체인 은성PSD와 정비용역계약을 맺으면서 ‘갑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장 건수·시간에 비례해 용역비를 깎도록 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노예계약’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부산도시철도 승강장 안전문 유지관리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부산교통공사는 용역업체인 은성PSD와 역당 고장 건수와 고장으로 인한 스크린도어 작동 중단시간, 고장 출동시간을 엄격하게 정했다.

고장 건수는 역당 매월 1건 이하, 역당 고장으로 인한 스크린도어 중단 시간은 매월 1시간 이하, 고장 출동시간은 신고 후 최장 1시간 이내가 기준이다.

이 같은 기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 예정 월 용역비를 삭감하도록 규정했다.

월 평균 고장 건수가 역당 1건을 초과하면 청구 예정 용역비의 3%씩을 삭감하도록 했다.

고장으로 인한 스크린도어 작동 중단시간도 1시간을 넘어 2시간 이하면 역당 청구 예정용역비의 3%, 3시간 이하는 5%, 4시간 이하는 10%, 5시간 이하는 15%, 5시간 초과는 20%를 깎도록 했다.

사고 신고 접수 후 현장 도착시간도 1시간을 초과한 10분 마다 역당 월 용역비의 1%씩, 최대 20%까지 삭감할 수 있다.

최대 총 월간 계약용역비의 삭감률이 5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역당 삭감률이 20%를 초과하면 계약자인 은성PSD는 대책 방안을 별도 보고하도록 했다.

부산교통공사와 은성PSD가 과업지시서 해석이나 내용에 이견이 있을 시 계약 후에는 발주처인 교통공사의 해석을 우선하며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과업지시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용역 업무 수행에 당연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교통공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등 용역업체가 전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있었다.

이의용 부산지하철 노조위원장은 “30분 이내로 피자를 배달해야하는 규정보다 더 악랄한 노예계약”이라며 “고장수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안전규정을 지키기보다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승객의 고의적 파손 등 외부요인을 제외하고 업체의 점검 소홀로 발생한 스크린도어 고장에 대해서만 용역비 삭감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며 “용역업체를 관리하려면 고장건수나 용역비 삭감 외에는 달리 통제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은성PSD와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1·2·3호선 63개역의 스크린도어를 유지·보수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은성PSD가 부산교통공사로부터 받는 월 용역비는 1억6천여만원, 연간 14억6천만원 정도다.

은성PSD는 서울지하철과도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용역을 맺었는데 지난달 28일 오후 6시께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정비 작업을 하던 이 업체 유지관리요원 김모(19)씨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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