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어요” 낙도·오지 학교 관사 주말엔 범죄 무방비

“아무도 없어요” 낙도·오지 학교 관사 주말엔 범죄 무방비

입력 2016-06-03 17:30
업데이트 2016-06-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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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교직원 보호 대책 마련 시급…전남교육청 “문제점 파악, 보완책 마련할 터”

전남의 한 섬에서 발생한 주민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낙도 오지에서 근무하는 여교사들의 거주 여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교직에서 여초(女超) 현상이 지속해서 확대한 이후에도 이들의 주거 시설에 대한 별다른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성범죄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3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남지역에 근무하는 공립 유·초·중·고등학교 교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1만6천840명이며 이 중 1만154명이 여교사다.

60%가 여교사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경우 여교사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이들 여교사라고 해서 낙도나 오지 근무를 피할 수는 없다. 오지 근무를 할 경우 승진·가점 등에서 각종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적 특성상 섬지역 학교에는 여교사 비율이 육지 학교보다는 낮은 편으로 절반 정도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도 46%로 도내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여교사 비율이 남교사보다 다소 높았다.

낙도에 근무하는 여교사들은 대부분 관사에 머무르며 다른 교직원들과 함께 생활한다.

학교마다 관사가 세워져 타지에서 온 교사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대부분 주 중에는 관사에서 머무르다 주말에는 육지로 나오거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경비인력이 없어 교직원들이 직접 관리하며 생활하는데 주말에는 관사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학교안전 차원에서 설치된 폐쇄회로TV 외에는 관사만을 위한 보안 시설을 갖춘 학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처럼 불가피하게 주말에 여교사 혼자 관사에 머물러 있는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온다.

섬 지역에 1년 넘게 근무 중이라는 한 여교사는 “다른 교직원들이 함께 있지 않으면 방과후에는 주중에라도 다른 곳으로 나온다”며 “외딴곳에 있는 학교 관사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점검과 보안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낙도와 오지 학교의 관사와 여교사 주거 실태에 대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현지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점 등을 파악,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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