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세퓨’ 독성, 돼지축사 살균 물질 수준”

“가습기살균제 ‘세퓨’ 독성, 돼지축사 살균 물질 수준”

입력 2016-06-01 10:57
업데이트 2016-06-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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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가 돼지축사 살균에 사용되는 수준의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오모(40)씨는 2005년 대기업 계열 유명 방충업체를 그만두고 생활화학용품업체 ‘세퓨’를 설립했다. 살균제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살균 스프레이와 물티슈 등을 팔다가 2008년 말 가습기 살균제로 눈을 돌렸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다.

오씨는 인터넷 관련 사이트 등을 통해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라는 화학물질을 알게 됐다. 당시만 해도 PGH는 돼지축사 살균 등 용도로만 사용되던 물질이었다.

원료 물질 결정에 전문가 자문이나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오씨는 화학물질에 대해 별다른 지식조차 없는 상태였다.

마침 오씨의 동업자가 컴퓨터기기 세척제용으로 덴마크 케톡사로부터 PGH를 다량 수입했고 오씨는 이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제조했다. 제조 장소는 경기도의 한 콩나물 공장으로 제조기기도 변변치 않았다.

오씨는 PGH의 배합비율이나 표준 사용량을 결정할 때도 인터넷을 참조했다. ‘돼지축사를 살균하는 PGH 농도’, ‘건물 물때를 벗기는 데 필요한 PGH 농도’ 등의 정보가 담긴 자료였다고 한다.

오씨는 이 자료에 있는 내용 그대로 PGH를 배합했다.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는 없었다.

PGH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흡입독성 자료 없음’, ‘누출시 방독면을 착용할 것’ 등의 경고 문구가 있었지만 무시됐다.

이렇게 제조된 세퓨의 독성은 인체 무해 수준의 160배가 넘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 제품보다도 4배가량 독성이 강했다.

그런데도 오씨는 제품 포장지 등에 아기 사진을 곁들여 ‘인체에 안전하다’고 버젓이 허위 광고를 했다.

세퓨는 2008년 말부터 2011년 11월까지 3년간 팔렸고 폐 손상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총 27명의 피해자를 냈다.

오씨는 지난달 31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허위 광고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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