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45% 급등…축산농가도 “너무 올랐다”
한우 1마리 값이 승용차 가격대인 1천만원을 넘나들면서 송아지 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농협 축산정보센터에서 조사한 지난 27일 전국 36개 가축시장의 수송아지(생후 6∼7개월) 거래가격은 394만2천원으로 한 달 전 356만5천원보다 10.6% 올랐다. 1년 전 271만2천원이던 것에 비하면 무려 45.4% 급등했다.
경남 울산(언양)·사천·거창·합천과 경북 경주·청도(동곡)·예천(용궁)·고령 8곳의 가축시장에서는 평균 가격이 400만원을 넘어섰다.
같은 크기의 암송아지도 평균 316만8천원에 달해 지난달 291만9천원과 1년 전 214만8천원에 비교해 8.5%와 47.5% 올랐다.
지난 26일 충북 보은가축시장서는 몸값 462만원을 찍은 수송아지도 나왔다. 축협은 혈통 좋고 발육도 잘된 송아지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곳에서 거래된 76마리의 수송아지 중 400만원 넘은 송아지는 27마리(35.5%)다.
송아지 1마리를 팔아 웬만한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정도가 됐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667만5천원, 국공립급대학은 411만5천원이다.
◇ 4년 전 암소 감축…송아지 값 상승 부추겨
한우 가격이 바닥을 친 때는 2012∼2013년이다. 당시 체중 600㎏ 나가는 큰 소 값이 수소 343만8천∼388만8천원, 암소 348만7천∼361만원으로 지금의 송아지 값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축산농가가 소를 키워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하자 정부는 소 값 안정을 위해 암소 감축에 들어갔다.
어미 소를 도태시키는 농가에 1마리당 30만∼50만원의 장려금을 줬다. 이때 암소 10만마리가 사라졌다.
이 사업이 소규모 농가에 집중되면서 송아지 공급기반이 흔들렸다.
20마리 이하의 번식용 소를 키우던 농가가 한꺼번에 문 닫으면서 송아지 생산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소의 임신기간은 사람과 비슷한 280일이다.
소를 키워 도축하는데 적어도 30개월 소요되고, 송아지를 생산하는 데도 2년 넘게 걸린다.
사육 기간이 길다 보니 수급 조절이 그만큼 힘들고, 정책이 조금만 삐끗해도 여파가 오래간다.
암소 감축사업이 시작될 무렵 전국의 한·육우 사육두수는 311만마리였다. 그러던 것이 4년 지난 지금은 259만6천마리로 줄었다.
이 사업이 한우의 사육규모를 급격히 줄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에서 보는 한·육우 적정 사육두수는 280만 마리다. 한우 값이 치솟는 원인을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 진단해 조기출하를 유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소 값 전망 예측불허…축산농가 사육 ‘주저’
소 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도, 농가에서는 좀처럼 사육규모 늘리기를 주저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겪은 급격한 가격 등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충북 옥천에서 15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는 김모(60)씨는 “2년 후 소 값 예측이 어렵다 보니 400만원 짜리 송아지를 대량으로 들이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며 “자체 생산한 송아지가 아니라면 사육 두수 늘리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농가 스스로도 소 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상승 장이 가파른 만큼 하락 장도 깊고 오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우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지난 몇 년간 한우 값이 바닥권에 머물면서 급성장한 쇠고기 소비시장이 하루아침에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축산농가에서 경쟁적으로 송아지 입식에 나서지 않는 만큼 공급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한우협회 관계자는 “2014년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이 11.6㎏에 달했는데, 이 중 한우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한우 값이 바닥권일 때 소비시장이 급격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다만 한우 값이 지나치게 오르면 값싼 수입 쇠고기에 시장의 일부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 관계자는 “송아지 값 상승은 생산원가를 높여 곧바로 큰 소 값에 영향을 미친다”며 “한우 값이 안정을 되찾고 수입 쇠고기와 경쟁하려면 안정적인 송아지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송아지 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는 분위기다.
1년 미만의 한우 사육두수가 작년 3월 75만9천마리에서 올해 77만6천마리로 늘어난 것을 근거로 들고있다.
송아지 생산이 늘고 있는 만큼 시장기능에 의해 머잖아 상승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송아지 값이 1년 새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서히 가격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공급이 늘면 가격 상승세도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우 조기출하는 탁상행정…다산 장려금제 등 검토 필요”
정부는 치솟는 한우 값을 잡기 위해 비육 한우 조기출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통 30∼33개월에 도축하는 거세 한우를 앞당겨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장려금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값 상승폭이 사육비를 앞지르자 30개월 미만 거세 한우 출하 비율이 지난해 36%에서 올해 29%로 떨어졌다”며 “소의 출하시기가 조금만 앞당겨져도 한우 값 진정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라는 반응이다.
보은축협 관계자는 “한우는 30개월 무렵부터 근내지방도가 높아져 등급이 향상되고 체중도 느는 데, 장려금 몇 푼 준다고 도축 시기를 앞당기는 농가가 있겠느냐”며 “이보다는 송아지 다산 장려금제 도입 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아지 다신 장려금은 2000년대 초 치솟는 송아지 값을 잡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다.
1∼2차례 새끼 낳은 번식우를 살찌워 도축하는 대신 3∼4차례 더 새끼를 생산하도록 일정한 장려금을 주는 제도다.
그는 “다산 장려금은 곧바로 송아지 공급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진다”며 “적정 사육 규모까지 한우 마릿수를 늘리려면 이런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