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끔찍한 일을”…농약소주 마을 주민 다시 ‘충격’

“그런 끔찍한 일을”…농약소주 마을 주민 다시 ‘충격’

입력 2016-05-26 17:26
업데이트 2016-05-26 17: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사건 이후 주민 간 왕래 거의 없어”…마을회관 문 굳게 잠겨

경찰이 지난 3월 청송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농약소주 사망사건 용의자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음독해 숨진 A씨로 결론을 내리자 주민은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26일 오후 찾은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 3리는 농약소주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게 지났으나 여전히 인적이 드문 상태였다.

본격적인 농사철이나 마을 진입로를 따라 늘어선 사과밭 등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회관에는 출입을 통제하던 폴리스라인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문은 굳게 잠겨있다.

포항과 청송을 잇는 국도를 따라 차 통행은 사건 발생 이전처럼 많았다.

그러나 길을 따라 걷는 주민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불과 2∼3㎞ 떨어진 현동면 소재지하고는 확실히 대비된 모습이다.

이번 사건으로 마을 사람이 친지나 자식 집으로 거주지를 옮긴 탓인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집이 상당수였다.

사건 발생 2달이 넘게 지나며 초기에 마을을 뒤덮은 공포심은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주민에게 다시 충격으로 다가갔다.

일부 주민은 지금까지 언론에서 보도한 경찰의 수사 상황 등을 바탕으로 음독해 숨진 A씨가 용의자일 수 있다고 짐작은 한 듯했다. 그래도 한 마을에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이유에서인지 그와 관련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어렵게 만난 한 주민(74)은 “한 마을에서 수십 년을 함께 산 이웃을 상대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사건 이후 마을에는 웃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사람 상당수가 여러 가지 소문 때문에 A씨가 용의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경찰 수사에서 그렇게 결론 내렸다니 충격이다”며 “다시 예전과 같이 화목한 동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3월 이후 마을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소주를 마시고 숨진 이장 박모(63)씨에 대해서도 “마을 일에 애착을 가진 젊은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피해자나 용의자 가족이 아직도 한마을에 살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 사건 이후로 만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 주민(75)은 “사건 이후 마을 사람은 각자 집에서 밥을 먹고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서로 만날 일도 없고 음식도 나눠 먹지 않는다”며 “마을이 너무 조용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A씨와 관련 “같은 마을에 살았으나 사람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소 키운다고 골짜기에 혼자 살며 마을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짧게 말했다.

현동면 소재지에서 만난 이모(66)씨는 “시골 마을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 청송군이 들썩였다”며 “주민이 충격을 딛고 이전처럼 서로 의지하고 사는 마을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론에 용의자로 지목된 A씨 가족은 “절대 그랬을 리 없다”며 반발했다.

A씨가 가축을 키우던 축사 근처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아내는 “평상시에 자기 일만 하고 나쁜 일이라고는 절대로 하지 않은 남편이었다. 남편이 그랬을 리가 없다. 농협 관련 회의가 있는 3월 7일에 일 때문에 회관에 갔을지는 몰라도 평상시에는 전혀 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 전부가 남편이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상한 소문이 자꾸 나는 것 같아 건강도 나빠지고 몸이 떨릴 정도이다”고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