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보호소 불났는데…120마리 사체 처리 못해 ‘막막’

유기견보호소 불났는데…120마리 사체 처리 못해 ‘막막’

입력 2016-05-26 10:58
업데이트 2016-05-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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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보호소 운영 노부부 “도움 청할 데 없는 것이 안타까워”

충남 천안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120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불에 타 죽었는데 유기동물들을 10년 넘게 돌봐온 노부부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사체 처리도 못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6일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50분께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유기동물 보호소 ‘반송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허경섭(70) 소장은 아들의 이사를 도와주러 자리를 비워 허 소장의 부인만 보호소에 남아있던 날이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허 소장의 부인이 전기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밖으로 나가보니 보호소 컨테이너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유기견 철창 비닐하우스까지 번졌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유기견 130마리와 유기 고양이 20마리가 있었다.

허 소장의 부인은 한 마리라도 살리려고 불이 난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철창을 열어 강아지와 고양이들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강아지들은 케이지에서 도망칠 줄 몰랐고, 그대로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에 의해 2시간여만에 꺼졌지만, 유기동물 150마리 가운데 120마리가 연기에 질식하거나 타 죽고 말았다.

불이 난 지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 반송원은 아수라장이었다.

화염에 비닐하우스 철골이 다 녹아내렸고 강아지와 고양이 사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살아남은 30여마리의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아직 화재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연신 큰 소리로 짖어댔다.

자식처럼 돌봤던 동물 120마리가 하루아침에 죽어버려 허 소장 부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슬픔에 빠질 새도 없이 당장 무너진 하우스를 복구하고, 120여마리의 사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노부부 둘이서 이 모든 것을 다 해내기는 역부족이다.

낮 기온이 크게 올라간데다 땅을 임대해 쓰고 있는 터라 사체 처리가 급선무지만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

허 소장은 “읍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예산도 없고,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라 도와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며 “슬픈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부부 둘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불이 나서 다친 강아지와 고양이의 치료도 시급하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부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팔려가던 유기견 20여마리가 다음카페 유기견보호소 반송원 전 카페지기에 의해 구조됐다.

대형견 20여마리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사정을 알게 된 허 소장 부부가 비어있던 개농장 시설 토지를 임대해 맡아 돌보면서 반송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네차례 허리 수술을 해 30분 서 있기도 힘든 허 소장과 역시 건강이 안 좋은 부인 둘이서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식처럼 동물들을 돌봐왔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2011년엔 네티즌들이 모금 운동을 했고, 후원금으로 충남 천안으로 이사와 견사를 짓고 다시 반송원을 꾸렸다.

최근까지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후원이 종종 이어졌으나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부부가 150여마리의 동물을 돌보기엔 부족해 허 소장은 현재 5천여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허 소장은 “사체 처리와 남은 아이들의 치료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송원 유기동물들에게 도움을 주고싶다면 다음카페(http://cafe.daum.net/wourirungi)에 들어가거나 계좌(우체국 허경섭 10342402036987)로 후원을 하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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