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동성혼 소송 항고”…동성혼 허용 국가는 어디?

김조광수-김승환 “동성혼 소송 항고”…동성혼 허용 국가는 어디?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5-26 23:18
업데이트 2016-05-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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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동성혼 불허 결정에 대한 불복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동성혼 불허 결정에 대한 불복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법은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5일 영화감독 김조광수(51)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32)씨가 서대문구청이 동성 인들의 혼인신고서를 불수리 처분을 한 데 대해 낸 불복 소송은 각하 결정이 났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동성 간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 국가가 됐다.

전 세계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국가는 얼마나 될까. 또 언제쯤 인정했을까. 반대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어디인지도 알아봤다.

미국의 설문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6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한 국가는 총 23개국이다.유럽이 15개국으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가 1개국으로 가장 적다. 아시아 국가는 아예 없었다.

남미 지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모두 4곳이다. 아르헨티나가 2010년 7월 가장 먼저 금기를 풀었고, 2013년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올해 콜롬비아가 대열에 동참했다.

콜롬비아는 가장 최근 동성 결혼을 허용한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9일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동성 결혼이 헌법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면서 “이성 결혼자에게 적용되는 민법상 결혼 규정이 동성 결혼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의 경우가 좀 특이하다. 지난해 6월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동성 결혼이 합법인 주는 일부에 불과하다. 멕시코 31개 주 중 3개 주만이 동성 간 혼인 신고를 올릴 수 있다. 나머지 주는 법원의 허락을 얻어야 동성끼리 결혼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금지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멕시코가 24번째로 동성 결혼이 가능한 국가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최근 이것을 전국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니에토 대통령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17일 열린 기념식에서 “동성 결혼이 헌법 개정을 통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남미보다 10년이 빨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허용한 국가다. 또한, 이혼은 물론이고 입양도 가능하다. 당시 개정된 법률에서 내린 결혼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결혼은 약혼 관계에 있는 두 명의 사람-동성이든, 이성이든-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기독교민주당 등 일부 보수 세력의 반대 속에서도 이뤄낸 결과였다.

이웃 나라인 벨기에도 3년 뒤 동성 결혼을 찬성했다. 1998년 당시 제한적으로 동성애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3년 후 정부가 결혼하지 않는 동거 부부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입양법을 개정했다. 허용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어 2003년 1월,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도 이성 커플과 똑같은 세금을 내고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벨기에는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2014년 4월 열린 유럽연합(EU)-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디 뤼포 당시 벨기에 총리는 “출신지, 성적 취향, 종교, 신념에 의해 권리를 부인당하거나 처벌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디 뤼포 총리 역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다.

2000년의 네덜란드부터 지난해의 핀란드까지. 유럽은 동성 결혼에 가장 너그러운 대륙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유럽 총 14개의 국가(스코틀랜드는 영국과 따로 분류)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하다. 핀란드는 2015년 동성 결혼이 허용됐고, 2017년에 발효된다.

지난 12일 이탈리아에서도 서유럽 국가 중 마지막으로 동성 간 결합이 허용됐다. 동성 간 결합은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법적인 이익(상속, 입양, 양육 등)을 혼인 관계에 준해서 보장하는 제도다. 다만 최종 법안에서 동성 커플의 입양권은 빠졌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의 문은 생각보다 늦게 열렸다. 지난해 6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 합헌 판정을 내렸다. 당시까지 동성 결혼을 금지해 온 주(州)는 텍사스를 비롯해 모두 14개였다. 이제는 이곳 모두 ‘남녀 부부’와 똑같은 혜택을 동성 부부에게도 제공해야 한다.

동성 결혼은 여전히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동성애자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하며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벤 카슨은 “동성결혼 허용은 지난 20년간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성결혼을 강력히 반대해 온 로이 무어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은 직무 정지를 당했다. 트럼프는 동성결혼한 여성 코미디언인 오도넬에게 “돼지, 추잡한 인간”이라는 비속어를 퍼부었다.

아시아는 어떨까. 공식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한 아시아 국가는 아직 하나도 없다. 아프리카는 그나마 낫다. 유일하게 동성끼리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2006년 11월 남아공 의회는 기독교 등의 반대에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노시비웨 마피사 응가쿨라 내무장관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동성 결혼뿐만 아니라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는 국가는 얼마나 있을까. 지난해 5월 국제동성애자연합 단체인 ILGA에서 펴낸 보고서 등에 따르면 동성애 자체가 불법인 국가는 약 75~80개국이다. 이는 UN 가입국의 39% 정도 되는 비율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가 34개국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가 25개국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지방에는 강한 처벌을 내리는 국가가 많다. 수단에서는 동성애로 3차례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소말리아와 나이지리아는 동성애에 징역형을 부과하지만,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일부 주에서는 사형도 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투석형에 처한다. 이라크에서는 동성애 처벌 조항은 없지만, 민병대에 죽임을 당하거나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사형 판결이 내려진다.

지구촌은 동성애에 대해 너그러워지는 추세다. 2013년 6월 유럽 보도채널인 유로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선진 16개국 국민 10명 중 7명이 동성결혼을 지지했다. 절반 이상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했으며, 5분의 1은 결혼과 유사한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소극적인 듯하다. 동성커플의 법적 지위 부여를 묻는 말에 한국은 57%로 조사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 타임은 동성애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설문조사에서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한국인이 2007년 18%에서 6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점이 그 근거였다.

그럼에도 동성 결혼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영화감독 김조광수 커플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의 동성 간 혼인 불인정 결정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조 감독은 “여전히 사법부가 대한민국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이 24번째로 동성 결혼 인정 국가가 될지, 현행 법체계대로 결혼의 정의가 “남녀 간의 결합을 전제”로 유지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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