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만 변론해도 수억원’…전관 변호사 들켜도 고작 과태료

‘전화로만 변론해도 수억원’…전관 변호사 들켜도 고작 과태료

입력 2016-05-22 10:38
업데이트 2016-05-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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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전화변론’ 5년간 13명 적발…제명은 ‘0명’

법조계에 만연한 ‘몰래 변론’과 ‘전화변론’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 수임료를 편법으로 챙긴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은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탈세를 막기 위해서다. 검찰이나 법원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로비하는 부조리를 차단하려는 취지도 있다.

그런데도 선임계를 내지 않는 이른바 몰래 변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전화 몇 통화로 건당 수억원을 챙기는데도 거의 들키지 않기 때문이다. 수임료 갈등 등으로 적발된 변호사는 대부분 ‘송사리’ 급이다.

건물명도 소송 당사자를 대리한 A변호사는 수임료가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도 꼬리가 밟힌 사례다.

그는 재판장과 고교·대학교 동문이란 점을 내세워 소송 막바지에 사건을 맡았다.

수임료 1천만원을 받았는데도 법원에는 소송 위임장을 내지 않았다. 변론에 필요한 준비서면을 손수 쓰고서 의뢰인 이름으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런 편법을 문제 삼아 과태료 500만원을 물렸다. A변호사가 과거 4차례나 징계받은 점까지 고려한 징계 수위였다.

대형 ‘몰래변론’은 대부분 베일에 쌓인다. 거액을 들여 전관을 쓰는 의뢰인은 주로 부유층이어서 수임료 액수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벌이 미미한 점도 일탈을 키우는 요인이다.

22일 대한변협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선임계나 위임장을 내지 않고 변론하다 징계받은 변호사는 모두 13명이다.

선임계 미제출 징계는 견책, 3천만원 이하 과태료, 3년 이하 정직, 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해당 변호사들은 솜방망이 징계로 끝났다. 변협의 온정주의 탓에 제명은 1명도 없었다. 법조계 질서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일벌백계를 외면한 것이다.

문제가 된 변호사 중 11명이 100만~2천만 원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지난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을 수임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도 걸려들었다. 선임계 없이 다른 6개 사건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 과태료 2천만원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사장 출신 다른 변호사도 비슷한 사례가 들켜 과태료 2천만원을 부과받았다.

변호사 2명은 다소 무거운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수사 검사와 교제 명목으로 착수금 외에 추가로 돈을 받거나 공동 대리 선임 원칙을 어긴 비리가 겹친 탓이다.

선임계를 내도록 하는 것은 음성·탈법 변호 활동을 막아 수사나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처다. 탈세 유혹을 예방하려는 이유도 있다. 그런데도 ‘봐주기 징계’ 등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무처장은 “변호사가 전화변론으로 ‘한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1천만원 벌고 300만원 과태료 내면 뭐가 걱정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몰래 변론’이나 ‘전화변론’의 고리를 끊으려면 단순 징계가 아닌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입법 청원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호 활동을 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변협도 올해 3월 법무부에 같은 내용의 법 개정 의견을 냈다.

서 의원이 낸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다가 19대 국회가 폐막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하면 수사나 재판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20대 국회에 다시 입법 청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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