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소백산 화재…사수대 맨손 진화, 국립공원 500m 앞에서 산불 막아

단양 소백산 화재…사수대 맨손 진화, 국립공원 500m 앞에서 산불 막아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4-02 15:44
업데이트 2016-04-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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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소백산 화재 이틀째 진화 작업. 충북 단양군이 2일 소백산에서 전날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을 이틀째 벌이고 있다. 2016.4.2 [독자 제공] 연합뉴스.
단양 소백산 화재 이틀째 진화 작업. 충북 단양군이 2일 소백산에서 전날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을 이틀째 벌이고 있다. 2016.4.2 [독자 제공] 연합뉴스.
충북 단양군 소백산 자락에서 지난 1일 산불이 발생했지만 소백산 국립공원은 지켜냈다. 하마터면 수백 년 된 주목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소백산국립공원까지 삼킬 뻔했으나 진화대의 신속한 대응과 몸을 사리지 않는 사투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일 단양군에 따르면 땅거미가 질 무렵인 지난 1일 오후 6시 16분쯤 소방당국과 단양군청에 소백산에서 불이 났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단양군은 즉시 비상 체제를 가동해 20여분 만인 6시 40분 류한우 단양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현장 지휘본부를 꾸렸다.

발화 지점이 단양읍 천동리 산 7번지 천동동굴 부근이라는 사실을 확인, 곧바로 전 직원 비상소집 명령을 내렸다.

군청 직원은 물론 단양국유림관리소,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단양군 산림조합,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 직원까지 400여 명이 산불 현장에 출동했다.

불길이 능선을 넘어 가곡면 어의곡리로 번질 것에 대비해 위험 지대의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진화대는 발화지점이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약 1㎞밖에 안 되는 점을 고려해 불길이 산 위쪽 국립공원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날이 어두워져 헬기를 동원한 진화 작업도 불가능해 전적으로 진화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산불 진화용 헬기는 계기 비행이 가능한 전투용 헬기와 달리 자동항법 장치가 없어 육안으로 비행해야 한다. 야간 화재 시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소방차도 6대 투입됐지만 산 속 화재현장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어 개인 휴대용 소화펌프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쳐야 했다.

결국 50여 명으로 구성된 ‘국립공원 사수대’가 산을 올랐다. 1시간 30분가량 산길을 올라 발화지점에서 국립공원 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방화선을 쳤다.

한쪽에서는 등짐 펌프로 불을 끄고, 다른 쪽에서는 삽과 갈퀴 등 장비를 이용해 불에 타기 쉬운 낙엽과 나뭇가지를 긁어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이렇게 사수대가 밤샘 방어에 나선 끝에 헬기 투입이 시작된 2일 새벽녘까지 불길이 국립공원으로 넘어서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사수대의 필사의 노력으로 불길은 국립공원 경계선 500m를 앞두고 가까스로 멈춰섰다.

무서운 기세로 어의곡리 쪽으로 번지던 불길도 2일 오전 7시 30분께 헬기 진화가 시작되면서 이내 수그러들었다.

단양 지역 대부분 산이 그런 것처럼 화재 발생 지역도 암석 지대인 데다 산세까지 험해 진화 작업 도중이나 산을 오르내리다 다치는 직원이 속출했다.

불이 난 곳이 등산로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더 컸다.

단양군 보건소의 한 직원은 진화 작업을 끝내고 체력이 바닥 난 동료 직원을 부축해 내려오다 넘어져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단양군 관계자는 “진화 작업과 등하산 때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민관 가리지 않고 소백산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하나로 뭉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백산국립공원 관계자는 “피해 지역에서 국립공원까지는 직선거리로 500m밖에 안 된다. 야간이라 헬기를 띄울 수 없어 인력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던 털 가슴을 졸였다”며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진화 작업을 하느라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국립공원을 지켜내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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