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따 같은 SNS 학폭도 줄여야죠”

“은따 같은 SNS 학폭도 줄여야죠”

입력 2016-03-14 23:04
업데이트 2016-03-1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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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署 학교전담경찰관의 하루

물리적 폭력 3년새 절반 감소
페북 메신저 사이버 폭력 늘어…“관계된 사람들 볼 수 있기 때문”

“너 마천동 쪽에서 술 마셨다는 얘기 들리더라. 술 좀 그만 마시고 담배도 좀 끊고.”

지난 10일 오후 2시 20분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상담실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 최예원(34·여) 경사가 1학년 김모(17)군에게 당부했다.

학교를 제대로 다녔다면 김군은 지금 2학년이어야 한다. 중학교 때 이른바 ‘일진’과 어울리면서 ‘비행 청소년’으로 빠졌다. 지난해 2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포기했다. 치킨집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깊은 방황의 수렁에 빠져 있다가 마음을 바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최 경사는 다소 불안한 표정이지만, 김군은 나름 자신감을 보였다. “저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교복을 입었을 때 기뻐하던 부모님 모습을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 같은 반 동생들 괴롭히지 않고 고등학교만큼은 꼭 마칠 겁니다.”

SPO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 6월 출범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관리하고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게 임무다. SPO는 출범 당시 193명에서 현재 1138명으로 4년 새 6배가 됐다. SPO 한 명이 10개 정도의 학교를 담당한다. 신학기인 3~4월은 학교폭력 집중단속 기간이어서 가장 바쁘다. 송파경찰서 소속의 다른 SPO인 김한철(42) 경위와 유종수(41) 경위도 예외는 아니다.

김 경위 등은 이날 오전 8시 20분 관내 문정중학교에서 ‘등교맞이 하이파이브’ 행사로 하루를 열었다. 3명의 SPO는 교문으로 들어서는 학생들과 일일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보내자”고 격려했다. 김 경위는 오전 9시 40분에 잠실동 잠일초교에 모습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김 경위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강의 중간에 수갑 및 3단봉 체험 코너도 마련했다. 장윤정의 ‘어머나’를 직접 개사해 만든 학교폭력 예방 노래도 소개했다.

학교폭력 검거 인원은 2012년 2만 3877명에서 지난해 1만 2495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외형상 수치만으로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주먹질 같은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이른바 ‘은따’(은근한 따돌림) 등 변형된 형태의 폭력은 여전하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괴롭히는 사이버 폭력이 늘고 있다.

김 경위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교폭력 역시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 경위는 “최근 중고생들 사이에서 ‘페이스북 메신저’가 은따의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며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며 대화를 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 경사는 “최근 장기결석 아동 관리 업무까지 추가돼 부담은 커졌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의 ‘고맙다’는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3-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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