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21시간 갇혀있던 할머니 “추운데 왜 이제 와” 버럭

화장실에 21시간 갇혀있던 할머니 “추운데 왜 이제 와” 버럭

입력 2016-02-25 11:07
수정 2016-02-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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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옷 속에 구겨넣고 수돗물로 배채우며 견뎌…건강 이상없어

“노인네가 빨래하다말고 집을 나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천안서북경찰서 112 신고전화에 김모(55·여)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퇴근해 집에 와보니 84세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저녁 6시 30분에 퇴근해보니 어머니가 안 계셨고 밤늦도록 돌아오시지 않고 소식도 없다. 날도 추운데 얇은 외투만 걸치고 나간 것 같다. 핸드폰도 갖고 계시지 않은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신고전화 즉시 여성청소년담당 수사팀과 기동타격대, 기동순찰대, 순찰차를 동원 주거지 일대와 상가 등에서 일제 수색을 벌였으나 주말 늦은 시간 주변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아 김모 할머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고 상인들이 점포문을 열면서 경찰이 재수색에 나섰다.

경찰과 가족들의 탐문소식에 한 주민이 “분홍색 모자 쓴 할머니가 나물을 사놓고 맡겨두고는 안 찾아갔는데, 평소 건너편 건물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것 같더라”고 귀띔해줬다.

경찰은 병원클리닉이 밀집한 건물 지하부터 옥상까지 샅샅이 훑고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분석, 수색에 나선 지 약 13시간만인 21일 정오가 채 안 돼 2층 화장실에서 있는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 보러 나왔다가 상가화장실에 갇힌 지 21시간 만이었다.

검진 결과 할머니는 간단한 약간의 탈진증세 외에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관리직원은 “마침 토요일이라 오후 3시께 퇴근하면서 보일러와 엘리베이터도 끄고, 방화벽을 가동해 층마다 문을 닫았는데 그사이 할머니가 갇힌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 주의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볼일을 보려다 졸지에 화장실에 갇혀버린 할머니는 구조되는 순간 “추운데 왜 이제야 왔느냐”며 버럭 핀잔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에 갇힌 할머니는 주변에 있던 헌 신문지를 옷 속에 구겨 넣어 밤새 추위를 견디며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로 허기를 달랬다고 경찰에 전했다.

할머니가 무사히 돌아오자 가족들은 “고마워서 보답을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드릴게 없다”며 오렌지를 한 봉지 사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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