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120명 유령시위대 “집회 자유 보장하라”

광화문광장 120명 유령시위대 “집회 자유 보장하라”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6-02-24 22:52
업데이트 2016-02-2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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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국내 첫 홀로그램 집회… “1년 예산과 맞먹는 금액 투자”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의 ‘홀로그램 집회’가 24일 밤 서울 광화문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렸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집회’의 성격이지만 형식은 홀로그램을 이용한 ‘문화제’로 진행됐다. 집회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반면, 문화제는 서울시에서 장소 사용 허가만 받으면 된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로 경찰의 법망을 피하는 시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공권력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라는 항변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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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이용한 ‘유령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이용한 ‘유령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열린 홀로그램 문화제는 집회에 가까웠다. 행사의 이름도 ‘유령집회’로 명명됐다. 가로 10m, 세로 3m의 대형 투명 스크린에 구현된 홀로그램 시위대는 ‘평화시위 보장하라’, ‘집회는 인권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유령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홀로그램 시위대 120명을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홀로그램 집회는 지난해 4월 스페인 시민단체 ‘홀로그램 포 프리덤’에 의해 세계 최초로 진행됐다. 공공시설 주변에서의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마드리드 의회 앞에서 열렸다.

경찰은 홀로그램 집회도 일반 집회와 같은 방식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단적으로 구호를 제창하는 등 순수 문화제 수준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호를 제창한 홀로그램 인물을 처벌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영상을 활용한 집회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최근 문화제나 1인시위 등 집회 신고가 불필요한 행사에도 불법·미신고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상당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행사의 홀로그램은 지난 12, 13일 이틀간 하루 10시간씩 서울 서대문구의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유령집회 영상은 배경을 지우고 영상에 등장한 시민 120명의 모습만 모아 편집하는 크로마키 기법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을 특수 제작된 ‘홀로그램 스크린’에 쏘면 피사체가 입체적으로 보인다. 이어 영상의 밝기, 시위대의 행진 속도 등을 감안해 한 화면에 편집해 넣었다. 앰네스티 측은 홀로그램 집회 준비에 1년 예산과 맞먹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진(42·여) 앰네스티 사무처장은 “사람이 하는 집회를 막으니 홀로그램으로 문화제를 여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에서 자유롭게 집회·시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유령뿐”이라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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