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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학교 외면하다 대안학교서 셰프 꿈 키운 20대

8년간 학교 외면하다 대안학교서 셰프 꿈 키운 20대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1-18 08:02
업데이트 2016-01-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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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전전하다 새 출발…2년 만에 초중고 검정고시 통과하고 조리학과 합격

어릴 때부터 혼자였다. 5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정신질환을 앓은 어머니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언제부턴가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이달 12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사회복지관의 대안학교인 ‘꿈이있는학교’에서 만난 김민수(21·가명)씨는 ‘인생의 공백기’라는 자신의 10대 시절을 담담한 표정으로 회상했다.

작년 12월 한 대학교의 제빵 관련 학과 합격증을 받은 김씨의 겉모습만 봐서는 그의 10대 시절을 연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는 지금도 연락 두절이다. 결국 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5년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프시고 학교에서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왕따는 아닌데 ‘은따’(은근한 따돌림) 정도는 됐을 거예요.”

김씨는 등교하는 척 집에서 나와 발길 닿는 대로 다니며 방황했다. 산에 오르기도 하고 낚시터에서 낚시도 했다.

또래 친구들과 접점이 사라지면서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냈다.

나쁜 길로 빠질 법도 했지만 김씨는 그러지는 않았다. 대신 김씨는 도서관에 자주 가서 독서에 집중했다.

“뭔가에 홀린 듯 소설책에 빠져들었어요. 아무래도 현실이 쉽지 않다 보니 도피성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셜록 홈스’ 같은 추리소설이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었죠. 1천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학교에 나가지 않으며 혼자 생활을 하던 김씨는 2012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곰곰이 앞날을 생각하니 직업을 가지려면 대학에 가야겠더라고요. 혼자 보습학원에 다니며 시행착오를 겪다가 사회복지사를 통해 대안학교를 소개받게 됐어요.”

김씨는 2013년 말부터 대안학교인 꿈이있는학교에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대인관계였다. 8년 가까이 혼자 지내면서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친구들이 먼저 손을 내밀며 말을 걸어와 주었다고 김씨는 돌아봤다.

검정고시 준비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학업중단 시기에 많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덕에 수업은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성실하게 공부한 끝에 2014년 8월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어 작년 5월과 8월에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붙었다.

내친김에 대학교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한 4년제 대학교 제빵 관련 학과에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작년 12월 무난하게 합격했다.

김씨는 대안학교에서 소개한 빵집에서 인턴을 하며 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대형 유람선 셰프가 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꿈을 꾸고 있다.

김씨는 자신처럼 등교거부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저처럼 학교에 나가지 않은 다른 친구들에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부딪쳐 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라도 재밌을 만한 분야를 찾아보세요.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등교하지 않아 의무교육 유예 처분을 받은 초등·중학생은 258명에 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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