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돌봄 서비스’ 알았다면 자살 안했을 수도…

’장애인 돌봄 서비스’ 알았다면 자살 안했을 수도…

입력 2015-01-27 15:50
업데이트 2015-01-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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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주변 사람한테 죄 짓는거 싫다’

장애인 언니를 돌보다가 지쳐 지난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이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미처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홀로 종합장애 1급(지적장애 2급·정신장애 3급)인 언니를 돌봐야 하는데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에서 돌봄 서비스를 알았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류모(28·여)씨는 숨지기 1주일여 전에 주민센터를 찾았다.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나온 언니가 일반 수급자로서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을 알아보고자 기초 상담을 받았다.

주민센터는 수도·가스요금 할인과 함께 내달부터 생계비 49만9천원(1인 수급자 최대치)을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류씨에게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제도를 설명하진 않았다.

류씨는 한번 더 상담을 받기로 약속했으나 그날 이후 다시 주민센터를 찾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숨진 류씨가 일 때문에 언니를 돌보기 힘들었단 걸 미리 알았다면 장애인 돌봄서비스 상담을 했을 텐데,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 류씨에게는 경제적인 부담 못지 않게 언니를 홀로 돌보는 점이 힘들었을 것으로 보였다.

류씨는 언니를 보살피며 살다가 가끔 복지시설에 언니를 보냈다.

그렇지만 언니는 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며 수차례 나와 대부분 함께 생활해왔다.

언니는 앞서 2000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최저생계비는 물론 각종 의료 혜택을 보장받았다.

장애인 복지제도 가운데 돌봄 서비스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은 게 못내 아쉬운 점이다.

지난달 월세 36만원을 내지 못한데다 도시가스 사용요금과 카드 할부값 30만원, 자동차 보험(시가 40만원 승용차) 만기 통지서 등도 류씨의 삶의 의욕을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류씨가 휴대전화 메모장에 남긴 글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그녀는 메모장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피해 안주고 가고 싶은데 말처럼 잘 안되네요. 고맙고 미안해서 그 사람들한테 죄 짓는거 싫습니다. 죽고 나면 어떻게 정리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조용하게 정리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너무 지쳤어요.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가고 싶어요. 언니는 좋은 시설에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이밖에 ‘장기는 모두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500만원)도 사회에 환원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류씨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접한 원룸 관리인은 “기사를 보고도 우리 원룸 주민의 사연인줄 몰랐다”라며 “그 집은 당연히 며칠 전 사고로 병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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