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부실시공, 형사책임 어디까지

판교 환풍구 부실시공, 형사책임 어디까지

입력 2014-10-27 00:00
업데이트 2014-10-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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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감리·하청·자재납품 업체 ‘보강수사 후 입건’

27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결과 드러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부실시공은 공사업체의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환풍구는 시공 시 충족해야 할 활하중(사람 등이 올라섰을 때의 하중) 기준이 없지만 경찰은 ‘날림’으로 시공돼 추락사고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직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물에 창살처럼 박힌 세로 받침대(부재·3.7m) 2개 위를 가로(6.1m) 부재 1개가 지나며 그 위에 덮개 13개가 얹혀져 있는 구조다.

콘크리트 구조물 위쪽 직사각형 테두리로는 철제 L자형 테두리받침대(앵커)가 결합돼 있어 덮개를 지탱하도록 돼 있다.

가장 많은 하중을 받는 지점은 받침대인 부재 3개의 접합부, 부재와 콘크리트 구조물 연결부,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제 L자형 테두리받침대 연결부 등으로 볼 수 있다.

◇부실시공 흔적 곳곳 = 부재의 경우 3개 중 세로 2개는 일체형 강관이었지만, 가로 부재는 짧은 강관 3개가 용접으로 연결된 형태였다.

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구조였고 이번 사고에서 가로 부재 좌측 1/3 지점 용접부는 아예 떨어져 나갔다.

좌측 세로 부재는 가로 부재와 닿아있던 지점이 휘어져 꺾였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소속 전문가는 일체형이 아닌 용접한 부재를 사용한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나, 경찰은 추락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부실시공은 L자형 테두리받침대에서 드러났다.

테두리받침대는 콘크리트 구조물 위쪽에 고정돼 덮개를 받쳐 하중을 콘크리트로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환풍구가 잘못 시공된 탓에 콘크리트와 테두리받침대를 고정시키면, 덮개는 완전히 밀착되지 못하고 한쪽이 몇 ㎝ 정도 위로 떴다.

이에 시공업체는 환풍구 우측면 테두리받침대는 제대로 결합하고, 좌측면 받침대에는 이격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L자형 소형 앵글(일명 하스너)을 괴어 그 위에 테두리받침대를 설치했다.

테두리받침대와 콘크리트 구조물을 연결하는 볼트와 너트는 서로 위치가 맞지 않아 결합부 40곳 중 11곳이 대강 용접된 채 마무리됐다.

볼트와 너트는 제대로 결합되지 못했지만, 테두리받침대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격없이 시공된 환풍구 우측 1/3은 사고 후에도 원형을 유지했다.

테두리받침대만 제대로 시공됐어도, 좀 더 많은 하중을 견뎠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 경찰 향후 수사 방향은 = 경찰은 1차 감정결과를 토대로 시공·감리·하청·자재납품 업체 관계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만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입건 대상은 공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 업체 현장 관리자 또는 대표다.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안전을 위한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경찰은 해당 업체별 역할을 분류한 뒤,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부실시공을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면 처벌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공업체의 경우 실제 시공을 담당한 하청업체의 공사 과정을 어느 선까지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었는지가 주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리업체는 전체적인 공사 과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비교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실제 시공을 담당한 하청업체는 부실시공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번 사고에서 가장 중한 책임을 질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L자형 테두리받침대 부실시공 이유, 콘크리트 안쪽 벽에 박혀 있던 부재 3개 정상 연결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업체 관계자들을 입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최종 감정결과가 나와봐야 입건 대상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을 거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아울러 경찰은 1차 감정결과에서 부재 등 주요 자재의 성분 검사결과 등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자재가 납품됐는지를 놓고 자재납품 업체 관계자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시공 관계자들을 형사 입건할 단계는 아니다”며 “추후 최종 감정결과를 분석하고, 참고인 진술조사에서 나온 사항들을 정리해 부실시공 책임자들도 함께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공사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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