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헛손질하다 고꾸라지듯 순식간에 떨어져

’어! 어!’ 헛손질하다 고꾸라지듯 순식간에 떨어져

입력 2014-10-18 00:00
업데이트 2014-10-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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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공연 중 ‘쾅’…20m 지하 구조 작업 쉽지 않아

”걸그룹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더니 동시에 ‘와’ 하는 소리가 났어요.”

17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발생한 주변 건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 환풍구 위에 있던 관람객 27명이 속수무책으로 화를 당했다.

공연 음향이 큰 데다 공연장에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공연장에 있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한동안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5m 높이 콘크리트 벽 구조의 환풍구는 공연장보다 높은 곳에 위치, 무대가 내려다 보였다.

◇ 목격자가 전하는 사고 순간

당시 현장에서 사고 장면을 목격한 관람객들이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연장 인근에서 솜사탕을 팔던 조모(65·여)씨는 “환풍구 쪽에서 연기 같은 게 올라오길래 처음에는 담뱃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어! 어! 어!’ 하면서 손을 위쪽으로 헛손질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듯 하다가 밑으로 사라졌다”며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수업을 마치고 지나가는 길에 공연장을 들렀다는 최모(15)군은 “오후 6시가 조금 안됐을 때 포미닛이 무대에서 공연하는데 무대 오른쪽 계단 위 환풍구 쪽에서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가수가 나오니까 환호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최군은 “근데 환풍구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고 ‘사람이 빠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 20m 아래 추락…소방대원 엘리베이터 수송 구조

사고를 당한 관람객들은 공연장 인근 건물 지하 4층 아래 20m가량 추락했다.

추락 현장에는 철제 덮개 2개가 서로 포개져 뒤엉킨 채 사상자들과 함께 떨어져 있었으며 환풍구 위에 남아있는 철제 덮개는 대롱대롱 걸쳐져 있어 사고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이용, 지하 4층으로 연결된 환풍구 안쪽 바닥으로 진입해 사상자들을 구조했다.

구조작업에 로프도 동원했으나 사상자들이 떨어진 지점이 워낙 깊어 작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주변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구조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상자를 이송했는데 상당수가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의식이 있더라도 많이 다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목격자 조씨는 “(사고가 나고) 조금 있다가 소방대원이 왔는데 환풍구를 살펴보고는 줄을 내렸다. 근데 줄을 한참을 내려도 끝이 나질 않았다”며 구조가 여의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 한동안 사고난 줄 몰라…안내방송 후에야 공연 중단

사고가 발생한 직후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음악소리 등으로 한동안 일부 관계자와 시민은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순간을 목격한 시민에 따르면 사고 직후에도 이를 알지 못한 듯 공연은 잠시 더 이어졌다.

사고 발생 지점은 공연이 진행된 무대와 떨어져 있고 객석보다 높은 곳이어서 상당수 관람객은 사고 순간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큰 공연 음향으로 사고 소리도 듣기 어려웠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말과 촬영한 영상을 보면 흰색 의상을 입은 5인조 걸그룹이 공연을 진행하던 중이었고 사고 직후에도 공연은 잠시 더 진행됐다.

일부 목격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전사고로 행사를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서야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고 전했다.

공연무대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공연 중에 계속 장비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무대 뒤쪽에 있었는데 전혀 몰랐다. 나중에 소방차가 오길래 어디에 불이 났나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는 폴리스 라인으로 접근이 통제되고 있으며 사고 후 수 시간 동안 수백 명의 시민이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등 사고 현장에 머물렀다.

이날 오후 5시 53분께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 환풍구 철제 덮개가 무너져 밑으로 떨어지면서 그 위에서 공연을 보던 관람객 27명이 20m 아래로 추락,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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