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에 뒤바뀐 당락…교사채용 비리 적발

3천만원에 뒤바뀐 당락…교사채용 비리 적발

입력 2014-06-17 00:00
업데이트 2014-06-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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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들 돈다발 받은 수도공고 교감 구속기소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에너지분야 마이스터고교인 수도전기공고에서 교사 채용에 일인당 수천만원의 뒷돈이 오간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송규종 부장검사)는 정교사 채용 대가로 6천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수도공고 교감 황모(50)씨를 구속기소하고 뒷돈을 상납받은 한국전력공사 여모(53) 부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뒷돈을 건넨 이 학교 교사 정모(33)씨와 다른 교사의 아버지 이모(60)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교감 황씨는 2013학년도 정교사 채용이 진행되던 2012년 11∼12월 정씨 등 2명에게서 현금 6천500만원과 시가 400만원 상당인 임농 하철경(61) 화백의 한국화 2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노스페이스 가방에 현금 3천500만원을 넣어 전달한 뒤 한국화를 추가로 건넸다. 이씨도 검은색 비닐봉투에 3천만원짜리 돈다발을 담아 줬다.

황씨는 이들에게 각각 전공시험 출제 영역과 비율, 논술시험 지문의 저자를 미리 알려줬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정씨 등은 해당 과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황씨는 한전에서 파견 나와 학교법인 관리실장으로 있던 여씨에게 이들의 합격을 도와준 대가로 현금 500만원과 한국화 1점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씨는 논술시험 응시자 291명 중 282명의 점수를 뒤섞는 수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밀어줘 최종 합격자 가운데 3명의 당락이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여씨는 검찰 조사에서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다. 순위가 뒤바뀌어 최종 합격한 정교사 3명이 금품을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수도공고 교사 채용에서 수천만원대의 뒷거래가 이뤄진다는 내부고발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교감 황씨는 3천500만원이 든 돈가방을 들고 귀가하는 모습이 자동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이 회식자리에 불려나가 술값을 대신 계산해주는 등 횡포를 당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의 아들은 3천만원을 쓰고도 채용시험에 떨어졌지만 다음에 합격하기 위해 돌려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국전력공사 감사실은 교사채용 비리에 대한 투서를 접수해 지난 1∼2월 내부감사를 진행했지만 금품거래를 밝히지는 못했다. 검찰은 교감 황씨에게 논술시험 지문의 저자를 알려주고 한국화 1점을 챙긴 학교법인 관리부장에 대해서는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검찰은 교감 황씨가 챙긴 뒷돈과 법인 간부에게 상납한 한국화를 모두 몰수·추징하고 황씨 소유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 나섰다.

검찰은 “정교사 채용에 거액이 오간다는 루머가 현실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기간제 교사 비율이 특히 높은 사립학교의 교사채용에서 비정상적 관행을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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