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십년전 실종처리된 북한주민 상속권 첫 인정

법원, 수십년전 실종처리된 북한주민 상속권 첫 인정

입력 2014-02-10 10:30
업데이트 2014-02-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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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선산 소유권 소송서 일부 승소…”남북 분단 특수성 인정”

6·25 전쟁 와중에 북한에 끌려간 주민이 남한에서 실종 처리돼 상속권을 잃은 지 수십년이 지났어도 상속 당시 생존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상속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상 북한 주민이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을 정해놓은 별도 규정이 없어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상속권 행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본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민법에는 상속권이 없어진 지 10년이 지나면 상속 회복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북한 주민에게는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6·25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북에 끌려가 36년 전 실종 처리된 이모(1933년생)씨의 탈북자 딸(45)이 “할아버지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회복 청구소송에서 “선산 315분의 45 지분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중학생이던 이씨는 전쟁이 치열했던 1950년 9월 북한으로 끌려갔고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아 제적에서 말소됐다.

이씨 아버지(1961년 사망)의 충남 연기군 선산 5만여㎡는 실종 선고 이듬해인 1978년 어머니와 다른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그러다 2004년 5월 이씨는 중국 연길에서 동생과 사촌 동생 등과 상봉했고, 가족들도 그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씨는 남한 가족과 만난 사실이 들통나 조사를 받다 2006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북한에서 태어나 자란 이씨의 딸은 이듬해 북한을 탈출해 2009년 11월 남한으로 입국했다.

이후 이씨의 딸은 “조부가 재산을 물려줄 때 부친이 살아있었으니 상속 자격이 있었고 나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며 2011년 친척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 이씨 딸은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고 중국에서 이씨를 본 동생도 그녀가 조카라고 인정했다.

딸은 작년 1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의 실종 선고 취소 판결을 받았다.

법정에서 36년 전 실종 처리된 이씨가 상속자 자격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2012년 5월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11조에는 상속권을 침해받은 상속권자가 상속회복 소송을 내게 돼 있는 민법 999조 1항에 따라 북한 주민도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민법 999조 2항은 해당 소송을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 이내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씨 친척들은 이에 따라 소송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특례법은 친생자관계확인소송이나 인지청구소송의 경우 ‘분단 등 소송을 내는 데 장애가 없어진 지 2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일부 학계에서도 상속회복 소송은 민법 조항을 따라 10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 판사는 “남북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이 지난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며 “특별법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의 상속인이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정됐다고 보이며 이에 따라 10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이씨가 북한에서 사망함에 따라 그곳에서 상속권을 취득한 이씨의 딸도 특례법에 의해 소송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씨처럼 전쟁 와중에 북한으로 끌려가 실종 처리됐다가 생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북한 주민과 자손들의 상속권 회복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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