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사고 1년 수습 마무리…보상금 380억원

구미 불산사고 1년 수습 마무리…보상금 380억원

입력 2013-09-26 00:00
업데이트 2013-09-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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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다양한 대책 내놓아…기업은 반발

경북 구미공단의 휴브글로벌에서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면서 사고지역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다양한 대책과 예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기업의 반발로 일부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 사고 개요

추석 연휴를 앞둔 2012년 9월 27일 오후 3시 43분께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의 불화수소(불산) 제조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났다.

불산(불화수소산, 플루오르화수소산)은 매우 유독한 가스로 분류되고 기체 상태로 체내에 흡수되면 호흡기의 점막을 해치고 뼈를 손상할 수도 있으며 신경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사고는 탱크로리에 들어있던 불산 19t을 제품 제조탱크로 옮기던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밸브를 건드리면서 발생했다.

작업복을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 인근 주민 등 1만2천여명이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또 공장과 가까운 산동면 봉산리 및 임천리 마을은 탱크에서 나온 6t의 불산가스가 덮쳐 쑥대밭이 됐다.

212㏊의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 4천마리가 호흡 곤란을 겪었다.

또 주변 공장 81곳에서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고, 건물 외벽·유리 및 차량 1천954대가 부식 피해를 봤다.

결국 정부는 10월 8일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 허술한 대처가 피해 키워

사고가 난 뒤 환경부와 구미시 등 당국의 초동 대처가 허술했고 수습이 미숙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119소방대는 유해물질 사고가 났을 때 쓸 중화제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채 물만 뿌려 피해를 키웠고 화학보호복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사고 현장은 물론 인근 지역에 제독작업과 잔류오염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다음날인 28일 오전 3시 30분에 서둘러 심각단계의 위기경보를 해제했다.

구미시도 환경부의 심각단계 해제를 근거로 이날 오전 8시 30분 상황 종료를 선포하고 오전 11시에 대피한 주민에게 복귀토록 해 2차 피해를 키웠다.

불산이 남은 상태에서 진행한 이런 안이한 대응은 두고두고 주민에게 불신을 심어줬다.

정부도 사고발생 일주일 후인 지난 4일 범정부 차원의 차관회의를 연데 이어 사고발생 12일 후인 10월 8일에야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샀다.

감사원은 올해 3∼4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감사를 벌여 관계 기관들이 제대로 협조하지 못해 화를 키운 사실을 적발했다.

사고수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소방방재청과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환경부,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지 않고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바람에 공조체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구미시는 연간 5천t 이상의 유독물을 제조하는 업체를 매년 정기검사해야 하는 데도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이 연간 4천800t의 불산을 생산한다고 신고한 것만 믿고 검사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구미시에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관련 부처에 주의를 촉구했다.

앞서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말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해 환경부를 대상으로 점검을 벌여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와 인사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 보상은 마무리…구상권 소송은 진행

사고 이후 보상절차는 마무리됐다.

주민대책위와 구미시는 지속적으로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고 순천향대구미병원을 환경보건센터로 지정해 주민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또 농축산물을 정부 보상기준 내에서 시가로 보상하고 올해 생산되는 임산물과 과실류를 생육 상태에 따라 정부 보상기준 내에서 보상가를 재협의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모두 8회에 걸쳐 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총예산 554억원 가운데 380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174억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지급된 보상금은 농작물 피해, 가축폐기, 임산물 피해, 기업체 피해, 차량피해, 건강검진비용 등이다.

최기준 구미시 회계과장은 “일부 공장 시설, 조경수, 진료비를 포기한 사례가 있어 반납하는 예산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피해지역은 농업과 축산업이 재개되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시는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을 상대로 50억1천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내고 서울 본사, 충북 음성·구미공장의 건물과 토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현재 구상권 청구소송 재판은 진행 중이다.

이진하 구미시 법무계장은 “380억원의 보상금 전체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려니 소송비용 문제도 있고 해서 50억1천만원만 청구한 상태”라며 “재판 결과나 재산 상태를 봐서 청구금액을 늘릴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법은 최근 휴브글로벌의 대표 허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대책 쏟아져…기업 규제는 실효성 논란

정부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이어지는 화학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미 등 화학공장이 밀집한 6개 지역에 환경부·고용노동부·소방방재청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40명 규모의 합동방재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센터가 설치되는 곳은 화학공장이 밀집한 시흥·서산·익산·구미·울산·여수 등 6개 거점산단 구역이다.

소방방재청도 11월까지 6곳의 합동방재센터 산하에 ‘119화학구조센터’를 설치해 신속한 재난 대응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경북도도 7월 말 환경오염 사고를 예방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전담부서인 환경안전과를 신설했고, 구미시도 8월 초 재난·재해·환경오염 예방과 대처를 전담하는 안전재난과와 환경안전과를 신설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유해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석유화학과 전자·반도체 분야의 9개 대기업에 환경안전시설 강화 등에 2조8천억원을 투자하도록 하고 하청업체에 안전교육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성 조치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달 24일 국회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당정협의를 하고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의 시행령에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상당폭 완화하기로 했다.

화학물질 사고 시 매출액의 5%까지 부과되는 과징금을 기업의 책임 정도를 감안해 탄력 적용하고 당초 등록 대상이었던 R&D 목적의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등록 절차를 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계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다 보니 법률의 실효성이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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