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권리 VS 기업도산’…대법원서 통상임금 격돌

‘노동자권리 VS 기업도산’…대법원서 통상임금 격돌

입력 2013-09-05 00:00
업데이트 2013-09-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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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측 “상여금은 매달 지급되지 않아 통상임금 아니다”노측 “상여금도 정기적으로 주기 때문에 통상임금 맞다”

여름휴가비와 같은 복리후생비나 상여금도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노동계와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가 5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5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 잠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이 5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 잠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계의 관심이 쏠린 사건인 만큼 공개변론 1시간 전부터 대법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170여석의 대법정도 일찌감치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이날 다뤄진 사건은 자동차부품회사인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상여와 여름휴가비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 2건이다.

노조 지회 소속 290여명이 낸 소송은 1·2심 모두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이 났고, 노동자 김모씨가 낸 소송도 1심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대법원에 넘어온 상태다.

사측 대리를 맡은 김앤장 이제호 변호사는 “통상임금은 소정의 근로 대가로 1임금산정기간(1개월) 단위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다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상여는 매달 지급되지 않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상여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면 인건비가 크게 늘어 상당수 업체는 도산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측 변론을 맡은 김기덕 변호사는 “당초 상여금은 업적을 평가해 나중에 주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몇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주는 것으로 많이 변했다”며 “이런 현실에서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고 반박했다.

노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이미 정기상여가 임금의 약 20%에 해당할 만큼 기본급화 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동계와 재계가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다툼을 벌이는 것은 통상임금이 퇴직금은 물론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 임금 총액도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재계가 반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지금까지 기업이 당연히 줬어야 할 돈을 주지 않은 것이며 노동자의 권리 문제여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대부분 통상임금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왔다. 지난 3월 대법원이 ‘정기상여도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지난 5월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GM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어 대법원은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노동계 곳곳에서는 그동안의 추세를 뒤집는 판결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대법원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중요사건이나 기존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부친다. 이를 통해 나온 판결은 일선 법원의 판단기준이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변론 시작 전에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어서 관련 소부 판결이 여럿 있었음에도 그 의미를 제각기 달리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분명한 의미를 선언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전원합의체에서 다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사건 160건의 처리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기업과 노동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될 전원합의체 판결은 연내에 내려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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