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는 없다”…절도사건 수사과정 SNS서 화제

“완전범죄는 없다”…절도사건 수사과정 SNS서 화제

입력 2013-08-11 00:00
업데이트 2013-08-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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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눈물이 국민 모두를 울린다” 등 응원글 잇따라

‘형사는 범인을 잡기까지 죄인이었다’

경기 과천경찰서 한 경찰간부가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을 해결한 형사들의 수사과정을 경찰 내부 게시판에 글로 올린 것이 수천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경찰청은 이 글을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고 글을 접한 시민들은 수백건의 응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천시 원문동 23층짜리 고층아파트에서 3천4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천서 강력 4팀 서보상·송영훈·이병규 형사 등 3인조가 사건에 투입됐다.

피의자는 맨손으로 난간에 매달려 고층아파트 꼭대기 층에 침입하는 수법으로 지문이나 족적 등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며칠을 밤샘 수사한 끝에 인근 한 동사무소에서 밤늦게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가는 CCTV 화면을 확보한 수사팀은 이 차량이 안개등 하나가 꺼져 있다는 단서를 가지고 용의차량을 추적해 결국 강모(28)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강씨를 찾기 위해 수사팀은 용의차량을 쫓아 부산까지 내려갔지만 이 차량은 이미 중고차 매매업체에 거래된 뒤였다.

차량이 대포차 업자를 통해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거래된 터라 강씨의 신원을 추적할 수가 없었다.

대포차 업자를 끈질기게 찾아낸 수사팀은 어렵사리 강씨의 동거녀(21) 연락처를 얻어내 주소지를 파악, 검거에 나섰다.

오피스텔에서 강씨를 검거한 수사팀은 강씨의 동거녀와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4개월 된 아기, 두 살배기 아이를 보고 눈물을 머금으며 지갑에 있던 현금을 모두 털어 동거녀 손에 20만원을 쥐어줬다.

글을 올린 경찰간부는 이 대목에서 “아직 핏덩이 어린아이 둘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돌아서야 하는 형사의 착잡하고 복잡한 심정.. 그놈(강씨)과 과천으로 돌아오는 길.. 부산에서 과천까지 420km의 길은 가장 지독하고 우울한 머나먼 여행이었다”고 적었다.

전과 10범인 강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6월 구속됐다.

2008년 특수강도 등 혐의로 수배된 강씨는 인상착의가 비슷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갖고 살며 자신의 신원을 철저히 숨겨 수사망을 피했다.

3년 전부터 강씨와 살며 아이 둘을 낳은 동거녀조차 강씨의 본명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글 마지막에는 “자기 죄를 깨우치는 피의자..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거의 꼬박 2개월간 피의자를 쫓고 쫓으며 긴장하고 허탈하고 다시 긴장하는 기나긴 시간들이었다”고 적혀 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서 이 글을 접한 경찰관들은 “과천 형사들의 감동 스토리에 가슴이 찡하다.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당신 같은 분들이 있어 경찰의 미래는 밝다”고 댓글을 달았다.

페이스북에도 “소설 같은 실화다”, “형사의 눈물이 국민 모두를 울린다”는 등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송 형사는 “응원글을 보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을 지새던 두 달 전이 떠오른다”며 “민생범죄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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