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무책임한 언행에 이례적 단죄

고위공직자 무책임한 언행에 이례적 단죄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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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조 전 경찰청장 실형 의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재판을 받아 온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에게 당초 예상보다 무거운 실형이 선고됐다. 망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법정구속까지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고위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의 경우 명예훼손 정도가 크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20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선 조 전 청장에게 “경솔하게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법정에서도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조 전 청장이 말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다. 조 전 청장은 두 명의 청와대 행정관 명의의 시중 은행 계좌 4개를 지목하며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판사는 “피고인이 지목한 계좌는 확인 결과 잔고가 수백만원에 불과했고 대부분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됐음이 통장에 기재돼 있다”며 “거래 내역 등에 비춰 볼 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확인 결과 해당 계좌에서 액수가 큰 거래 내역은 아파트 매각 대금 8000만원뿐이었고 나머지는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아야 수백만원이 입출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들은 대로 말했을 뿐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명예훼손의 고의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만으로도 인정된다”면서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들었다고만 하는 것은 허위 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이 당시 현직 청장이라는 고위직에 있어 그 발언은 위력적이었다”면서 “피해자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고도 사과는커녕 도리어 구체적 사실관계 파악 없이 또 다른 의혹만 제기해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꾸짖었다.

조 전 청장은 실형 선고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차명계좌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못 하게 했다고도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노무현재단은 2010년 8월 조 전 청장을 검찰에 고소·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6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노무현 재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 “조 전 청장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후안무치한 패륜적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3-02-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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