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폭발시킨 뒤 백화점 폭파 협박…대낮 전주 시내 아수라장

차량 폭발시킨 뒤 백화점 폭파 협박…대낮 전주 시내 아수라장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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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불러낸 협박범, 승용차 폭파 후 17억 요구

자신을 폐쇄된 자살사이트 전 운영자라고 밝힌 괴한이 차량을 폭파한 데 이어 전북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전주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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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효자공원묘지 인근에서 자살 사이트 회원들이 설치한 LPG 통이 폭발해 불에 탄 차량을 소방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효자공원묘지 인근에서 자살 사이트 회원들이 설치한 LPG 통이 폭발해 불에 탄 차량을 소방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4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7일 오후 3시쯤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전주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백화점 점장에게 5만원권 10㎏(17억원 상당)을 달라고 해라. 우리 사이트 회원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거나 사람들을 대피시키면 폭파시키겠다”고 휴대전화를 통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어 괴한은 오후 4시쯤 롯데백화점 전주점에 전화를 걸어 “폭발물을 설치해 놓았다. 만약 경찰에 신고하거나 시민이 대피하면 백화점 안에 있는 자살사이트 회원들이 폭발물을 터뜨릴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협박범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실제 자살사이트 회원들이 백화점에 배치돼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 측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오후 4시 30분쯤부터 5시 20분까지 고객과 직원들을 단계적으로 대피시켰다. 일부 고객들에게는 안전 요원들이 내부 수리를 이유로 대피하라고 했고 일부 고객들에게는 폭발물 설치 협박 사실을 밝혔다.

당시 백화점 안에는 영화 관람객까지 합쳐 모두 3000~4000명이 있었다. 백화점 측은 협박범이 ‘백화점 안에 있는 고객들을 대피시키면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 오후 5시까지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못했다.

경찰과 협의한 백화점 측은 1시간 30분가량이 지난 오후 5시쯤 ‘백화점 안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또 자체 매뉴얼에 따라 암호를 사용해 직원들에게 긴급 상황을 전파했다.

7층 롯데시네마 영화관도 상영을 전면 중단하고 고객들을 대피시켰다. 경찰도 구급차와 소방차 등을 동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갑작스러운 대피 방송에 한가롭던 백화점 안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먼저 빠져나가려는 고객들 때문에 1층 출입구 4곳은 한때 북새통을 이뤘다.

최모(55·주부·전주시 효자동)씨는 “처음에는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빠져나오는 2분이 20년같이 길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이날 롯데시네마 8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던 권모(48)씨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백화점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제보가 들어와 고객들을 대피시키고 있으니 협조해달라. 지금 보고 계신 영화는 환불해 드릴 테니 다음에 관람하라고 해 밖으로 나오니 다른 사람들도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괴한은 지난 6일 지방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살사이트 전 운영자인데 회원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제의했다. 이 남성은 7일 다시 전화를 걸어 “촬영장비를 가지고 오후 2시 30분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효자공원묘지로 나오라”고 전했다.

그는 기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효자공원묘지 동편 주차장에 세워 놓은 빨간색 모닝 승용차를 지켜봐라. 곧 폭발할 것이다”라고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다.

실제로 이 차량은 괴한의 말대로 오후 3시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불이 붙어 전소됐다. 이 폭발은 LP가스통을 내부에 놓고 가열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지난 4일 전주시 평화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 승용차 주변에는 다른 차량이나 인적이 없어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으나 폭발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를 내뿜어 인근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경찰은 자신을 자살사이트 운영자였다고 밝힌 이 남성의 신원과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고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출입구를 봉쇄했다가 오후 6시쯤 영업을 재개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3-02-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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