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동반자살’ 연인 죽게 한 40대 중형

‘속임수 동반자살’ 연인 죽게 한 40대 중형

입력 2011-09-22 00:00
업데이트 2011-09-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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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죽자” 말에 번개탄 피워놓고 빠져나와

동반자살을 제의한 연인을 속여 실제로 자살하게 만든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결혼 문제로 갈등하던 애인이 ‘같이 죽자’고 하자 자살할 마음이 없으면서 번개탄을 사서 피워놓고 혼자만 빠져놓은 사건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모 회사 본부장으로 일하던 김모(40)씨는 부하직원 A(26·여)씨와 2009년부터 사귀면서 결혼을 약속했으나 A씨 집안이 반대하고 A씨와의 다툼이 잦아지자 관계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A씨가 처지를 비관하며 자해를 시도하고 자살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수시로 내비치자 김씨는 함께 자살할 것처럼 속여 A씨가 자살을 결행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지난 5월 “같이 죽자. 번개탄 두 개만 사오라”는 A씨 말을 듣고 번개탄을 사 A씨 원룸에 간 뒤 창문을 닫고 방안에서 불을 피웠다. 김씨는 A씨가 잠이 들자 화장실로 들어가 연기를 피하다가 혼자 원룸을 빠져나갔고, A씨는 결국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김씨는 A씨를 속여 자살을 결의하게 한 혐의(위계자살결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으나 법정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일 때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자살할 마음이었는데 가족이 생각나 포기했을 뿐 속인 것은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한창훈 부장판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연기를 피하고 원룸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번개탄 불을 끄거나 A씨를 깨우는 등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동반자살을 결의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애초 경찰 신문에서는 함께 연기를 마셨는데 일어나보니 A씨만 숨졌다고 말했다가 경찰이 번개탄을 피우며 실제 상황을 재연하자 혼자 빠져나왔다고 사실대로 말한 점을 볼 때 처음부터 함께 자살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속임수로 자살을 결의하게 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고 유족에게 큰 고통을 줬기에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A씨 가족의 결혼반대 등으로 갈등을 겪던 중 범행에 이르렀고 위자료를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재판은 국민참여 재판으로 열렸는데 9명의 배심원 역시 모두 유죄로 보고 최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는 권고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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