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여성학과 마지막 졸업…쓸쓸한 석사모

숙대 여성학과 마지막 졸업…쓸쓸한 석사모

입력 2011-09-13 00:00
업데이트 2011-09-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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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울컥했어요.”

1997년 개설돼 36명의 석사를 배출한 숙명여대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이 지난달 25일 김영주(31)씨가 마지막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김씨는 “폐지를 막으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며 “마지막으로 졸업하면서 과 사무실도, 조교도 사라진 상황에서 각종 행정 업무까지 직접 해결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학과 개설 10년을 맞던 2007년 당시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여성 리더를 양성하고 여성 리더십을 개발하고자 하는 학교의 방향과 맞지 않고 입학생과 재학생 숫자가 적어 여성학 협동과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005년에 여성학 전임교수가 해임됐고 다음해에는 학사과정의 여성학 연계 전공이 폐지됐으며 2008년도 전기 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으면서 폐지는 기정사실화됐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등과 더불어 ‘여대에서의 여성학’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던 학과를 일방적으로 없애겠다는 결정에 교수와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며 서명운동과 반대 시위 등을 벌였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김씨는 13일 “여성학은 ‘성별(gender)’이라는 틀 속에서 구조를 읽는 눈을 배우는 학문”이라며 “여성학 과정 폐지는 ‘구조적 시각’을 익힐 통로가 점차 없어져 간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리더십과 맞지 않는다는 폐지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여성학 과정이 더 활성화되고 교양 수업도 다양하게 개설, 권장되고 있다. 여성학을 바탕으로 기른 감수성이 리더십과 연결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학 과정 폐지와 같은 흐름 속에서 구조를 바라보는 힘을 잃은 개인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며 “’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타고 있는 ‘사회’라는 배가 흔들려 굳건히 서 있는 나까지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줄 무언가들이 자꾸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담아 그가 쓴 ‘한국사회 20대 여성의 개인화 가능성과 한계에 관한 연구’는 숙명여대 여성학 협동과정 마지막 석사 논문이 됐다.

그는 “누군가는 이제 여성학과 여성주의를 통해 뭔가 얻을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아쉬워하며 “’여대에서도 여성학과가 없어지는 판국에’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다른 학교의 여성학 과정까지 쉽게 사라질까 봐 걱정”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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