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판결, 3不 고교등급제 빈틈 생겼나?

고려대 판결, 3不 고교등급제 빈틈 생겼나?

입력 2011-07-13 00:00
업데이트 2011-07-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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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고교등급제가 적법이라는 판결은 아냐” 신중 반응고려대 “고교등급제 안했다는 주장을 법원이 수용한 것”

고려대가 신입생을 뽑으면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는지를 둘러싸고 고려대에 패소판결을 했던 1심을 뒤집는 판결이 13일 나왔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는 이날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수험생 24명의 학부모가 고려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적용해 특목고 출신을 우대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판결이었지만, 2심은 고려대가 고교 간에 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 같은 고교 내 여러 과목 지원자 간의 유불리를 보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고려대가 했던 2차례 점수 보정이 고교등급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고려대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원고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와 비슷한 교묘한 점수보정을 대학들이 시행하면 대학입시의 오랜 3不(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중 하나인 고교등급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해온 고려대는 “재판부가 우리의 설명을 충분히 수용했다”며 환영했다.

당시 입시에 대해 고려대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온 교육과학기술부는 상고심이 남아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 “이번 판결은 고교등급제가 적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려대 고교등급제 논란 = 논란의 발생 시점은 2008년 10월이다. 당시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학기 전형에서 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이 내신이 더 좋은 일반고 학생들을 제치고 무더기로 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수시 2-2학기 1단계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으로만 뽑게 돼 있는데 내신등급이 좋은 일반고 학생들은 떨어지고 등급이 나쁜 특목고 학생들이 합격한 경우가 속출한 경우였다.

심지어 일부 외고의 경우 한 학교에서 무려 100명이 넘는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교등급제 의혹으로 번졌다.

결국 2009년 3월 탈락 학생 19명이 창원지법에 민사소송을 냈고, 이후 원고에 5명이 가세했다.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고려대가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작은 소위 명문고를 우대해 출신 지원자들의 내신 등급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가 지원자들의 내신 성적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계산방식에 따라 성적을 2단계에 걸쳐 성적을 보정해 합격자를 뽑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고려대 측은 당시 보정으로 특목고 학생들의 내신등급이 상향조정되기도 했지만 일반고 학생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등급 상향의 효과를 봤다며, 성적 보정은 고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과목에 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지원자가 선택한 과목별로 원석차등급을 보정한 것이지 학교에 따라 점수주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설명이었다.

◇1심과 2심의 차이 = 고려대가 지원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놓고 2차례에 걸쳐 점수를 보정한 것에 대해 1심은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2심은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한 것이 가장 큰 차이다.

1심 재판부는 “학생 간 차이를 보정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방법이나 절차에서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이라며 고려대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신성적의 난이도 차이를 보정하려면 다른 대학들처럼 해당 과목의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써서 표준화 점수를 산출하는 방법만으로도 충분한데도, 고려대는 해당과목의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를 전체 지원자의 평균과 표준편차에 따라 다시 표준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교별 학력차이를 점수로 반영한 것으로,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작은학교의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판단이었다. 아울러 보정 산식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관련 전형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고려대가 사용한 내신등급 보정은 같은 고교 내에서 동일 교과내 여러 과목 중 지원자가 선택ㆍ이수한 과목별 원석차등급을 보정하기 위한 것이지 고교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해 원석차등급을 보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보정 과정에서 내신등급 2등급 미만 지원자의 내신등급 조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지긴 하지만 이는 일류고 출신뿐만 아니라 모든 지원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일류고 출신 2등급 미만 지원자들을 우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덧붙였다.

이어 “비교과 영역의 평가항목이나 평가방법, 배점 등을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것 역시 예측 불가능한 자의적인 선발방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영역배점과 등급 간 점수 차이 등이 합리적, 객관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환영..교육당국은 신중 = 당시 입시를 진행했던 고려대 서태열 당시 입학처장은 “지난 2월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상수값도 다 공개하고 논리적으로 통계를 가지고 고교등급제와 특목고 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 채택된 것 같다”며 환영했다.

그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말하듯이 학교 간의 차이에 의해서 특목고를 우대하거나 특정 고교를 우대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돼서 굉장히 반갑다”며 “대학이 과학적으로 잘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오해가 생겼다. 오해가 앞으로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2심 재판부의 의견을 존중하되 원고가 상고할 경우 최종심을 기다려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입학사정관제를 확산해 고교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대입 평가과정에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며 “즉, 선배들의 진학실적이나 학력 격차를 반영하는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학교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방과후활동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선진적인 대입정책을 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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