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폭설로 막혀 진입불가 “마당앞 개밥 주는 데 1시간”

마을 폭설로 막혀 진입불가 “마당앞 개밥 주는 데 1시간”

입력 2011-02-14 00:00
업데이트 2011-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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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 섬’ 주문진 삼교리

분명 마을로 통하는 길이지만 발자국조차 발견할 수 없다. 포클레인 한 대가 연신 눈을 떠내고 있지만 힘겨울 뿐이다. 허리까지 찬 눈. 주변이 온통 설원이다. 고립무원의 섬으로 변한 ‘무다리 마을’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기자가 13일 서울에서 일곱 시간을 달려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고립된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삼교리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까지는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왕복 2차선인 마을 길이 약간 뚫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간인 무다리 마을과 삼교리 4반, 5반은 ‘진입불가’였다. 자동차는 물론 걸어 들어갈 수도 없다. 백지 같은 눈 위엔 사람의 흔적이라곤 없다. 주민들은 어떤 상황일까.

☞[포토]’100년만의 폭설 현장’ 보러가기



●“눈 때문에 공포 느끼 긴 처음”

김동욱(57) 삼교리 이장에게 구한 전화번호로 삼교리 4반 권오영(70)씨와 통화할 수 있었다. 권씨는 “이런 눈은 난생 처음”이라며 “쉴 새 없이 눈이 쏟아진 11일 밤에는 불안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폭설로 공포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란다. 12일 일어나서도 “개밥을 주기 위해 마당 앞에 있는 개집에 가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타이완에서 온 목사 아들이 집에 오지 못하고 서울에서 발이 묶였다.”며 “눈이 그대로여서 나 또한 나갈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사차 온 가족 오도가도 못해

현재 삼교리 4반 30가구, 5반 3가구, 무다리 마을 20가구 등 총 53가구가 고립돼 있다. 마을에는 7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권씨는 “4반에만 10여명이 70대”라면서 “갑자기 아프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무다리 마을 이덕희(51)씨는 “축사를 잃지 않으려고 11일 밤부터 12일 새벽까지 혼자 제설 작업을 했다.”면서 “힘이 빠져 집에 기어 왔다. 이러다 동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친정어머니 제사를 지내러 경기 안산시 성포동에서 고향인 삼교리까지 온 이미희(38·여)씨 가족 6명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다음날 안산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이씨는 “12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실로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밤새 눈폭탄을 맞아 세상과 완전히 단절돼 있었다. 강릉시 등 관공서에 대책을 호소에도 구원의 손길은 제때 미치지 못했다.

이장 김씨는 “강릉시에 눈을 빨리 치워 달라고 요청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불도저를 보내 달라. 삼교리는 난코스여서 포클레인으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이영준·강릉 최두희기자

apple@seoul.co.kr
2011-02-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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