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폭설… 갇혀 버린 강릉 왕산마을 르포
“생전에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래요. 무엇보다 물이 부족한데, 고립이 길어질까봐 걱정이래요.”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송현리의 산골마을 주민들은 주말 폭설로 3일째 고립됐다. 취재기자는 13일 오전 마을로 통하는 산길이 통제되는 바람에 근처에서 고립된 주민들과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산길에는 통제선 뒤로 사람 키만큼 쌓인 흰눈이 보였다.
☞[포토]’100년만의 폭설 현장’ 보러가기
강원 영동지방에 100년 만의 기록적인 ‘눈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13일 강원 강릉시 한 산간마을에서 육군 601항공대대 소속 블랙호크로 투입된 특공여단 병사들이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난도의 헬기 레펠을 하고 있다. 헬기는 폭설 탓에 안전착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강릉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강릉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대기3리 산속에 있는 사찰 발왕사와 주변 5가구 주민들은 6㎞쯤 떨어진 아랫마을 배나드리까지 내려가 물을 길어다 식수와 생활용수를 쓰고 있지만, 눈속에 고립된 것이다. 고립 지역 밖의 최대집 대기3리 이장은 “사찰에서 며칠 전 물 2드럼을 길어 간 뒤에 폭설이 내렸다.”면서 “벌써 3일째인데…아마 물이 다 떨어졌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있는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 재배 마을 안반덕 주민들도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마을 주민 권상도씨는 “주민 10여명이 농한기를 맞아 제주도로 여행을 갔는데 연로한 부모와 아이들만 남겨 놓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안반덕 마을 주민들은 강릉으로 통하는 길이 막히자 마루금을 넘어 영서인 평창 횡계리 쪽으로 드나들고 있다.
이명용 대기2리 이장은 “산속에는 외지 사람들과도 연락을 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경사진 곳이라 길을 뚫지 못하고 연락도 닿지 않아 식량과 물은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부터 골짜기 길을 뚫는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최선복(49) 왕산면 부면장은 “마을 진입로인 왕복 2차선 닭목령을 부분적으로 직선화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내년 말 겨울부터는 상습적인 고립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2011-02-14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