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해커에 외국정부·기업 줄줄이 ‘구멍’

고교생 해커에 외국정부·기업 줄줄이 ‘구멍’

입력 2011-02-08 00:00
업데이트 2011-02-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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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케이블TV에 출연한 이른바 ‘4억 명품녀’의 신상정보를 샅샅이 훑어 인터넷에 공개(일명 ‘신상털이’)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 고교생 2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아연실색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중급 수준의 해킹 능력으로 외국 정부기관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과 방송사, 모 부동산 관련 협회 등도 닥치는대로 해킹해온 것으로 확인돼 인터넷 보안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학교와 기업,경제단체 등 100여개의 인터넷 서버 시스템을 해킹,760여만 건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된 대구 모 고교 2학년 K(17)군과 포항 모 고교 1학년 C(16)군 등 2명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사에 응했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범행 동기와 관련,‘금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올린 신상정보들이 인터넷에 큰 파장을 일으킬 때 뿌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2년여 전부터 해킹에 관심을 갖기 시작,주로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와 데이터베이스 운용 등 컴퓨터 관련 기술과 해킹기법을 연마하는 한편 별도의 해킹그룹까지 결성해 활동해왔다.

 이들의 해킹 능력은 중급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과시욕에서 비롯된 이들의 장난에 국내 기업과 방송사,통신사는 물론이고 외국 정부 홈페이지도 줄줄이 보안이 뚫렸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케이블TV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보유한 명품을 과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4억 명품녀’와 수능방송 중 군 비하발언을 한 EBS수능강사가 각각 가입해있는 인터넷 쇼핑몰과 항공사,부동산 사이트 등을 닥치는대로 해킹,이들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훑어 인터넷에 공개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 무력 진압으로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태국 교육부 홈페이지에도 무단 침입,메인 화면에 “Don‘ Shoot(쏘지 마)”이라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이밖에 K군 등은 프로게이머 마재윤씨가 승부 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거액의 추징금 가운데 300만원만 자진 납부해 눈총을 받게 되자 이들의 모교 홈페이지와 자신들이 재학중인 학교까지 잇따라 해킹하는 등 2009년 12월부터 1년여만에 무려 100여개의 국내외 사이트들을 닥치는대로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경찰청 김재성 사이버수사대장은 “K군 등이 이용한 해킹수법은 웹해킹에서 흔히 사용되는 비교적 단순한 기법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웹하드 등 다수의 홈페이지가 동일한 보안상 취약점에 노출되어 있었다.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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