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처벌은 ‘위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처벌은 ‘위헌’

입력 2010-12-28 00:00
업데이트 2010-12-28 14: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연평도 포격 유언비어 등 처벌 근거 없어져…적법성 범위 등 논란 가열될 듯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천안함 사태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의 유언비어 유포 등 공익에 반하는 통신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실상 없어져 통신의 적법성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확대
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국 daunso@seoul.co.kr
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국 daunso@seoul.co.kr


 헌재는 28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2)씨와 김모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인터넷)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공익’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표현행위가 이를 해하는지 판단이 사람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법 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으로 객관적인 의미를 정하기 어려워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은 “해당 법조항의 입법취지는 ‘통신설비를 이용한 허위사실의 유포’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려는 데 있다”며 “공익을 해할 목적뿐 아니라 허위 통신 부분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반된다”는 보충의견을 내놨다.

 또 이강국·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표현에 허위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사회적 해악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공익을 해할 목적은 행위의 주요 목적이 ‘대한민에서 공동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대다수 국민과 국가사회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의미해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박씨는 2008년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헌법소원을 냈다.

 ■인터넷·전화 허위글=인터넷 게시판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각종 통신수단을 통해 유포된 유언비어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의 글이나 표현으로,지금까지 주로 전기통신기본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아왔다.대표적인 사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천안함 사태 당시 ‘북한의 전쟁선포로 국가비상사태가 됐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유포한 행위를 들 수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