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계량기 수리직원 동행기

동파계량기 수리직원 동행기

입력 2010-12-28 00:00
업데이트 2010-12-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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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감각 없는 손… 식사는 라면 하루 150곳 누벼… 주민 미소 ‘위안’

“영하에 물벼락 맞아가며 계량기를 교체하다 보면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져 나중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추운 날 손은 얼어들지, 끼니는 놓쳐 배는 고프지…. 이 일, 정말 힘들어요.”

☞[포토] 눈에 덮인 온통 ‘하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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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으로 동파신고가 잇따른 지난 26일 서울 도봉2동 S아파트에서 정상권(58)씨가 얼어서 터진 수도계량기를 교체하고 있다.
혹한으로 동파신고가 잇따른 지난 26일 서울 도봉2동 S아파트에서 정상권(58)씨가 얼어서 터진 수도계량기를 교체하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영하 5도를 밑돌던 지난 26일, 서울 노원·도봉·강북구를 관할하는 북부수도사업소에서는 계량기 수리반원들이 마치 고춧가루를 뒤집어 쓴 생선 마냥 바쁘게 움직였다. 겨울만 되면 동파된 수도계량기를 교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장팀은 한파가 몰려와 모두들 움츠릴 때가 대목이다. 이날만 150곳의 동파현장을 누벼야 했다.

오후 2시쯤 신고가 들어왔다. 언제 출동할지 몰라 종일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는 라면으로 때우는 게 다반사다. 신고를 받자 팀원 중 한명이 “또 거기야.”라며 푸념을 늘어놨다. 신고가 들어온 아파트는 복도형이어서 유난히 동파가 잦다. 직원 오갑석(54)씨는 “상계동·창동·번동·중계동의 주공아파트는 모두 복도식인데, 찬바람에 노출돼 쉽게 동파된다.”고 말했다.

도봉2동 S아파트에 도착하자 집주인이 반색하며 맞았다. “일요일이라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계량기 앞 복도는 새어나온 물이 얼어 빙판이었다. 보온용으로 넣어둔 헌 옷가지도 꽁꽁 얼어 있었다. 직원 정상권(58)씨가 계량기와 수도관이 연결된 나사를 풀자 물이 콸콸 쏟아졌다.

물에 젖은 손이 차갑다 못해 아렸지만 그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낼 뿐 시리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런 정씨의 손은 상처 투성이였다. 그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주민들 불편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면 자부심도 생긴다.”며 언 얼굴로 씨익 웃었다.

이들이 가장 맥빠져 하는 일은 출동했다가 허탕 칠 때다.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 나오는 걸 동파라고 신고해 골탕을 먹기도 한다. 이형남(63)씨는 “조금만 기다리면 물이 나올 텐데 신고부터 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늦었다고 호통을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북부수도사업소는 서울의 다른 사업소와 마찬가지로 계량기 교체에 외부 용역을 활용한다. 오전 8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는데, 겨울엔 항상 일손이 모자란다.

글 사진 이민영·김소라기자

min@seoul.co.kr
2010-12-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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