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맞은 연평도 “기쁜 소식 전해달라”

성탄맞은 연평도 “기쁜 소식 전해달라”

입력 2010-12-25 00:00
수정 2010-12-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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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도 성탄절이 찾아왔다.25일 연평도에 1곳씩뿐인 성당과 교회에는 아침부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섬에 남은 몇 안 되는 주민들이 강추위 속에 발걸음을 했다.하지만 북한 포격의 여파로 신도 대부분이 섬을 떠난데다 크리스마스 장식 등도 대폭 축소돼 ‘기쁜’ 성탄절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연평성당 본당.

예년 크리스마스 같았으면 주민과 해병 연평부대 장병 등 250여명으로 가득 찼을 실내가 빈 공간으로 가득했다.

자리를 채우고 앉은 주민과 장병은 불과 60여명.

작년 이맘때 성탄을 축복하기 위해 각종 장식을 둘러 화려했던 제단에도 아기 예수 탄생 장면을 담은 작은 모형과 높이 1m도 채 되지 않은 소박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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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연평도 성당   미사  (연평도=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성탄절인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성당에서 주민과 장병들이  영성체를 하고 있다.
성탄절 연평도 성당 미사
(연평도=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성탄절인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성당에서 주민과 장병들이 영성체를 하고 있다.


미사에 참석한 이용녀(81.여) 할머니는 “원래 자리가 꽉 차야 할 텐데 사람들도 없고..이렇게 조용히 지내니 얼마나 쓸쓸하냐”라고 안타까워했다.

오귀임(69.여) 할머니도 “여기에 사람이 차고도 남는데 이게 뭐냐 쓸쓸하게….마음이 착잡하다”며 “배라도 떴으면 사람들이 들어왔을 텐데…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라고 섭섭해했다.

문배석(67)씨는 “신의 도움이 있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있다”라며 두 손을 모았다.

‘연평도 지역에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해달라.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김태헌 신부의 기도문이 성당 안에 조용히 울렸다.

미사를 끝낸 주민과 장병은 본당 옆 식당에서 따뜻한 떡국을 나눠 먹으며 시린 마음을 달랬다.

연평 교회에서도 오전 11시 주민 17명만이 참여해 성탄절 낮 예배를 시작했다.

이날 예배는 교회 본당이 포격 피해로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바람에 옆에 있는 작은 교육관에서 이뤄졌다.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는 주민들 표정에 무거운 착잡함이 묻어났다.

“평화롭고 풍족했던 연평도가 오늘 왜 이렇게 어려운 상처를 받아야 합니까. 이 상처를 치유하고 옛날과 같이 평화로운 연평도로 돌아가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며 한 장로가 제단에서 기도할 때는 주민 일부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 고영자씨는 “주민들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 한시라도 빨리 주민들이 돌아와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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