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놓지 않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입력 2010-12-17 00:00
업데이트 2010-12-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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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자 단 3명… 희귀병 앓는 예린·민성 남매 힘겨운 겨울나기

‘방 안 곳곳 가득 핀 곰팡이, 누렇게 빛바랜 벽지, 물이 새는 천장….’

16일 오전 서울 삼선동의 낡은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 국내 단 3명뿐인 희귀병 ‘터프팅장염’을 앓는 송예린(9·여)·민성(6)이가 엄마 김연옥(36)씨와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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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명뿐인 희귀병 ‘터프팅장염’을 앓는 송예린(오른쪽)·민성 남매가 16일 서울 삼선동 반지하 방에 나란히 앉아 활짝 웃고 있다.
국내 3명뿐인 희귀병 ‘터프팅장염’을 앓는 송예린(오른쪽)·민성 남매가 16일 서울 삼선동 반지하 방에 나란히 앉아 활짝 웃고 있다.


●전세계 환자 10명 ‘터프팅장염’

터프팅장염은 장 기형 증상에 따라 전혀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는 병으로, 전 세계에서 딱 10명 정도만 앓는 희귀병. 한 명도 걸리기 어려운 병을 기막히게도 한 집안에서 두 아이가 동시에 걸린 것이다. 장식장 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사진 옆으로 약 주입기계 2대와 약 봉지, 수액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렸다.

남매는 학교와 유치원에 가 있는 8시간을 빼고는 매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6시간 동안 영양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가 아이들의 생명줄인 셈이다.

예린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인 2001년 봄. 김씨는 전혀 체중이 늘지 않는 딸을 업고 병원을 찾았다. 6개월이 지나서야 병명이 나왔다. 의사의 설명을 들은 엄마는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를 부여잡고 피울음을 토했다. 하지만 불행은 또 찾아왔다. 둘째 민성이마저 같은 병 진단을 받았던 것. 그는 “차라리 죽어 버리려는 생각도 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자신만 바라보는 아이들 때문이다. 올 10월에는 간호조무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조금이나마 아이들 간호에 도움이 될까 시작한 일이었다. 이날 오후 동네 한 치과에서 면접도 봤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하다. 소득이 월 90만원을 넘기면 정부보조금이 전액 깎인다. 취업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

●내일 청계천서 치료비 모금행사

그래도 김씨는 “언젠가는 아이들도 낫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픈 누나를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민성이와 엄마를 위해 노래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예린이. 두 꼬마천사의 손을 잡은 엄마의 눈가가 또 벌개졌다.

18일 서울 청계천에서 예린이·민성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낮 12시~오후 8시 모금행사가 열린다.

글 사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12-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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